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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전교조 종북좌파" 원세훈 발언…2심서 명예훼손 무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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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밖으로 퍼질 가능성 없다"…전파성 인정 안 돼

전교조, 1심서 1000만원 배상판결 받았으나 2심서 패소

뉴스1

원세훈 전 국정원장.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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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종북좌파 세력'이라고 말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5)에 대해 법원이 명예훼손이 아니라서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은 1심에서 인정된 1000만원을 전교조에 주지 않아도 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예지희)는 21일 전교조가 국가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전교조에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정단체나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사실을 말했다 해도 명예훼손이 되려면 이 사실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퍼져야 한다"며 "국정원 밖에까지 퍼질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 내부 전산망의 공지사항에 올라와 많은 직원들이 볼 수 있었다 해도 내부에 한정된다"며 "곧바로 전교조에 대한 사회 일반의 객관적 평가나 명예가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에게는 국정원직원법·채용 계약 등에 따라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가 있어 내부 일이 밖으로 나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은 재임시절인 2009년 2월~2013년 매달 부서장회의를 주관하며 "전교조 등 종북좌파 단체들이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의 허울 뒤에 숨어 활발히 움직인다"고 말했다.

또 "종북세력 척결과 관련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전교조 등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욱 어렵다" 등의 말도 했다.

회의가 끝나면 원 전 원장의 발언은 요약돼 국정원 내부 전산망의 공지사항에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란 제목으로 올라갔다.

이에 전교조는 반발했고 국가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2013년 3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 전 원장이 구체적인 확인이나 검증 없이 전교조를 종북세력 또는 종북좌파 단체라고 지칭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지시하는 등 허위 사실을 적시해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가와 원 전 원장이 전교조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1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다만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지부장들을 통해 일선 교육청에 전교조 조합원을 중징계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전교조 측 주장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원 전 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각종 선거과정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동원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댓글을 달게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2심은 공직선거법 위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부 증거들에 대한 증거능력이 판단해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후 원 전 원장은 파기환송심에서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재판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가 맡고 있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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