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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국책은행 자본확충 어떻게 할까…"구조조정 개념· 방향 먼저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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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유일호 부총리 '구조조정 위해 금융기관 자본확충 필요성' 언급

수출입은행, 1조 출자 이후 BIS비율 다시 9%대로 내려 앉아
유동성 지원은 둘째, 산업별·업체별 가이드라인 먼저 제시해야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부총리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지원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 보다 구조조정의 개념과 방향성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 부총리는 취임 100일을 맞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책은행의 자본금 확충을 위해 정부 재정을 투입할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고 "기획재정부만 갖고 될 일은 아니고 관련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기재부가 다 틀어쥐고 하겠다는 말은 아니고 범정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잘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자본확충이 시급한 곳은 수출입은행이다. 수은은 지난해 성동조선해양에 단독으로 3000억원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하는 자기자본(BIS)비율이 9%대로 떨어졌다.

수은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1조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현물출자 하면서 BIS비율을 10%으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화 여신 총량이 급증하면서 BIS비율이 현재 9.8%까지 떨어진 상태다.

현재 수은은 산업은행이 가진 5000억원 규모의 LH지분을 추가 출자 받는 방향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세금의 문제로 출자 작업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산은의 LH지분 13.9%에 대한 장부가는 4950원이지만 수은이 정부로부터 받은 LH지분의 가격은 9295원에 달했다.

산은이 수은에 이를 출자할 경우 차액이 발생하면서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차익이 발생할 경우 22%의 세율이 적용된 법인세를 부과 받게 되며 산은은 500억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때 나온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구상에선 산은의 금융채권을 한국은행이 매입하는 식으로 자금지원을 하는 것으로 돼 있었던 만큼 변형된 형태로 산은의 자본을 확충해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의 패배로 당초 구상대로 이뤄지는 건 어렵겠지만 산은이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축을 맡고 있는 만큼 자금 여력은 충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구조조정의 개념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자본이 확충된다고 해서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유동성을 확보한다고 해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금융권에 유동성이 부족해 살리지 못한 회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수출입은행은 다른 채권단의 반대에도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단독으로 3000억원을 지원했으며, 대우조선해양에 조 단위를 지원한 산업은행은 1000억원을 요구한 건설사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지원을 거절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들이 유동성이 부족해 회사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주주들이 피해를 우려하고 어떻게든 자기 몫을 챙기려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동성이 샘처럼 솟는다면 모든 회사에 유동성을 끝없이 공급해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돈이 없어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아닌 만큼 당국에서는 큰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이 더딘 이유에 대해서는 "대주주들의 피해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이라며 "회사를 일으킨 경험에 큰 문제도 작다고 느끼는 안일한 생각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에서 제시할 방향에 대해서는 "살려야 할 회사와 그렇지 않을 회사, 또 합병해야 좋은 회사 등으로 나눠주는 것"이라며 "산업별 지원 비중도 가이드라인을 잡아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조조정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의 개념은 잘 안되는 사업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에 매각하는 등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라며 "어느 순간부터 '구조조정은 은행의 지원'이라는 공식이 설립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배드 컴퍼니의 문제가 있는 사업부를 정리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부채비율이 400% 밑으로 낮출 경우 지원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목표 없이 무조건 유동성을 제공해 회사를 살리려는 방식으로는 다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관계자는 "저성장에 수출까지 저조해 제조업이나 다른 산업에서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지만 조선·철강·해운 등 5개 산업을 제외하고 구조조정을 안한다는 얘기부터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u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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