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기자의 눈]'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세월호 청문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10여년 전 읽었던 소설의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제2차 청문회 내내 소설의 제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참사 당시 방송 생중계로 승객을 버리고 떠나던 이준석 선장 등 선원의 모습과 이윤 추구에 눈멀어 법과 원칙은 저 멀리 하늘위로 날려 보낸 청해진해운은 접어놓자.

세월호 증선 인가와 증개축, 운항관리규정 승인을 담당하는 항만청과 해양경찰, 한국선급 관계자들의 '모르쇠' 답변을 듣고 있자니 '중립'이 생명인 기자에게도 그들의 가벼운 존재는 참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증선 인가서 변조하고, 톤수·인도 날짜 속이고…항만청에서 제대로 검사를 안 하면 대한민국에서 그걸 누가 걸러내느냐고요!"

특조위원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해도 증인으로 나선 항만청 관계자는 묵묵부답이다. 과적을 단속해야 할 운항관리원은 빈칸이 가득한 '안전점검보고서'를 관행이라는 이유로 배에 올라 확인도 않고 서명했다.

인양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불필요한 검사를 중복해 인양 날짜를 늦추더니, 인양 후 제대로 된 조사 계획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나름의 성과와 아쉬움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이 청해진해운의 지시였음이 드러났다. 또 정부 주도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이 조작됐고, 청해진해운이 해경과 국정원을 상대로 노골적인 접대를 한 정황도 낱낱이 드러났다.

이번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청문회가 끝났어도 답답한 마음은 해소할 수 없다.

진상규명을 담당하는 세월호 특조위에 주어진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1월1일 안전사회 건설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으로 특조위가 발족했지만, '세월호진상규명법'에 따라 활동기간이 6월30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쏟아진 각종 의혹과 그동안 세월호 특조위에 접수된 약 239건의 조사신청 중 조사개시가 결정된 176건의 진상규명을 남은 3개월 동안 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특조위 관계자는 "비록 1월1일 특별법이 시행돼 이날을 특조위 출범일로 보고 있지만 위원장 등 상임위원은 3월5일 임명장을 받았고, 120여명의 직원들이 첫 출근한 날은 7월27일"이라며 "그렇기에 올해 말까지 활동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냉정하게 말해 활동기간이 연장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활동기간 연장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당장 보름 뒤 열리는 총선으로 이를 눈여겨볼 의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20대 국회가 출범한다고 해도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6월 내에 활동 연장이 결정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특조위가 해양경찰 지휘부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 등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임명 또한 쉽지 않다.

세월호는 인양되지만, '진실규명'은 침몰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해결해야할 숙제인 세월호참사의 핵심은 '보상'이 아니다.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방지'다.
ickim@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