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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터뷰]정연순 신임 民辯회장 "디지털정보위 발족해 인권문제 살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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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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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거치며 인권 침해 무료변론만 1000여명에 달해

쇠고기 집회 참가 기소자 800여명 재판 마무리…올 여름 보고서 나와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오는 5월부터 사상 첫 여성 회장 시대를 맞는다.

최근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정연순(49·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심각한 사이버 인권침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올해 안에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가칭)를 발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최근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국정원에 아무런 반성 없이 날개를 달아줬다"며 "국민 누구나 국정원의 추적과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변호사는 최근 네이버가 수사기관에 회원 개인정보를 제공해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법원은 개인정보를 사업에 활용하는 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전기통신사업법부터 사이버 상 디지털 정보 관련 인권문제 등 디지털정보위에서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도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지난 8년여간 인권 침해 문제로 무료 변론을 해준 시민들은 1100여명에 달한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기소돼 민변이 변호를 맡은 이들은 800여명으로 지난해에야 재판이 마무리됐다. 민변은 이에 대한 보고서를 올 여름에 낼 예정이다.

정 변호사는 민변 역사상 첫 경선으로 선출됐다. 1988년 창립된 민변은 11대 회장까지 줄곧 단독 후보만이 출마했다. 하지만 회원수 1000명이 넘으며 경선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재화(53·28기) 민변 사법위원장과 맞붙은 정 변호사는 투표자 655명 중 61.07%(400명)의 찬성으로 당선됐다.

정 변호사는 "민변은 존재목적인 인권과 민주주의 두 가치에 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사회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시민사회와 공유해 전파력과 영향력을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16일 법무법인 지향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첫 경선에서 당선됐다

"회원들의 관심 속에 무사히 경선을 치러 기쁘다. 그동안 경선이 안 된 것은 복수 후보가 나온 적이 없어서다. 최근 몇년 사이에 회원들이 급증했고 단독 후보로 회장 선거가 치러지는데 문제 제기를 한 이들도 있었다. 그간 단독후보가 당선되기 전 내정한 사무총장이 5월 총회를 미리 준비하면서 회장이 사실상 투표 전 내정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애매한 선거 규정을 작년에 변경했다. 정기총회 두 달 전에 선거를 하고 당선자가 총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민변 주류에 대한 내부 불만이 경선으로 표출된 것 아닌가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 지을 수 있는 형체가 없다. 민변 회원들은 서로 잘 알고 있었고 작은 조직에서 선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직책을 사양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최근 5년 사이 회원들이 많이 늘어났고 작년에 1000명을 넘어서며 민변의 양적 규모가 성장했다. 회원들 서로가 다 알기 어려워졌고 경선 도입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

-과거 민변이 사회에 기여한 바가 상당히 많았다. 여느 법률가 단체보다 민변의 목소리가 신뢰를 받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저희는 정치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지지율을 목표로 일하지 않는다. 지지가 아닌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변은 창립 이후 사회적 약자와 정권에 의해 탄압받는 양심범·사상범에 대한 변론을 소명으로 여겨왔고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저희에 대한 신뢰는 단기적이거나 즉흥적이지 않은 역사적 평가 속에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창립 이래 국가보안법 폐지 뜻을 굽힌 적이 없고 성소수자 권리 보호에 앞장 서 왔다."

-일각에서는 진보적 법률가 단체지만 시민단체 성격을 더 띤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선거로 진보적 법률가 단체와 시민운동단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민변은 법률가만 가입할 수 있는 법률가 단체다. 동시에 회원 각각이 대한민국 한명의 시민으로서 시민단체이기도 하다. 외부에서는 민변이 유독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한다는 오해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적 이슈 상당 부분이 법률로 만들어지는 것이 많다. 민변은 법률이라는 최전선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되 인권과 민주주의 두 가치와 관계되는 문제에 적극 발언하는 것이다. 정치적 이슈 같아도 사실 인권, 민주주의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시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민변이 어떤 역할을 해왔나

"권리가 침해된 시민 1000명 이상을 무료 변론했다. 정치가 평안하고 시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됐다면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 더 집중했을 것이다. 불행히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무고한 시민들이 무차별 기소됐다. 경찰을 폭행하지도 않았는데 단순히 집회에 참가했다가 사진에 찍혀 재판에 넘겨졌다. 민변이 변호한 사람만 800여명이다. 재판이 마무리된 게 지난해다. 이에 대한 보고서를 올 여름에 낼 예정이다. 인터넷에 정부나 대통령을 욕해도 무조건 기소됐다. 표현의 자유 문제로 변론한 이들도 300여명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 탈북자를 관리하는 합동심문센터의 인권 유린 문제 등에 대응하며 8년이 지나갔다."

-법률가적 입장에서 지난 8년간 가장 심각한 폐해는

"표현의 자유 침해도 심각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테러방지법이 가장 큰 문제다. 현대사를 관통해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는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의 기본 인권을 뺏앗아 왔다. 지난 대선 당시 제기된 국정원 댓글사건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국정원에게 아무런 반성 없이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국정원 마음대로 국민의 인터넷 활동을 추적, 감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누가 희생자가 될 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네이버가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데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도 논란이 됐다

"대법원 판결은 상당히 유감이다. 개인 정보가 과거에 비해 너무 많이 새어나가고 있다. 법원은 개인 정보를 사업적 가치로 활용하는 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민변도 15번째 위원회로 '디지털정보위원회(가칭)'를 올해 안에 발족할 계획이다. 현재 준비모임을 하고 있으며 전기통신사업법부터 사이버 상 디지털 정보 관련 인권문제를 꼼꼼히 살피고 정책제안 등을 할 예정이다."

-인권문제 지원 강화를 위한 공익인권변론센터 출범을 내세웠다

"정책적·제도적 측면에서 법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기획해 보려 한다. 공익인권변론센터에 3명의 상근 변호사를 두고 공익소송을 기획, 소송이나 입법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주말 집회에서의 긴급 체포 등 인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익인권변호사단을 강화할 예정이다. 시민과의 결합도 강화할 계획이다. 민변 활동을 잘 전파하고 시민들이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개방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사회 현안에 신속하게 대처하며 입법·정책 등을 강화해 예방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시민사회와 공유해 전파력과 영향력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첫 여성 회장이기도 하다

"일하는데 성별의 차이는 없다. 선거 홍보물에도 여성 회장이라는 말을 넣지 말라고 했다. 물론 여성 변호사에 민변 회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제가 민변 4번째 여성 회원이었다. 지금은 200명이 넘는 여성 회원들이 있는데 악전고투하고 있는 후배 여성 변호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

-민변 변호사들이 과거사 수임 문제로 재판 중이다

"무리한 수사다. 기소된 변호사들은 1970~90년대 과거사 피해자들을 위해 일해온 분들이다.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따라 국가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명예 회복 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소송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후속조치가 되지 않다보니 피해자들이 억울한 심정에 다시 변호사들을 찾았고 소송이 이뤄졌다. 공직에 있었던 판·검사가 변호사가 될 경우 중립 의무를 지키도록 한 변호사법 위반을 적용한 것도 맥락이 달라 법리적 쟁점이 있다. 김희수 변호사는 장준하 선생의 불법구금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는데 기소유예 처분됐고 (남편인) 백승헌 변호사는 사상 전향을 거부한 사망자들에 대한 의문사위 결정에는 참여했지만 생존자들 문제를 조사한 진화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검찰의 피의자 명부에 이름이 남아있다."

-법조계 사시존폐 논란도 꺼지지 않은 불씨다

"법무부가 여론 수렴 없이 사시존치를 들고 나오며 갈등이 벌어진 데 유감이다. 민변도 변호사 단체로서 공익에 헌신하는 법조인 양성 및 배출 시스템에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도 도입 당시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동안 가타부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갈등 양상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고, 민변 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올바른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연구할 계획이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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