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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장점은 그대로, 가격 거품 뺀 앱코 K700 & K730 기계식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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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최용석] 게이머들에게 '기계식 키보드'는상당히 친숙한 입력장치지만, 여전히 일반 소비자 중에는 기계식 키보드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반 소비자들이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접하면 두 번 놀란다. 평소 쓰던 1만 원 안팎의 저렴한 키보드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타건감과 품질에 한 번 놀라고, 10만 원을 넘나드는 비싼 가격에 또 한 번 놀란다. 십중팔구 나오는 '키보드가 뭐 이렇게 비싸?'라는 푸념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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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가 쉽게 대중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키 하나하나에 독립적인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하는 구조적 특징 때문에 가격을 저렴한 수준으로 낮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메탈 상판, LED 백라이트, 비키 디자인 등 부가적인 요소나 기능들이 하나둘 붙기 시작하면 가격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른다.

PC 주변기기 전문 기업 앱코의 기계식 키보드 'K700'과 'K730' 2종은 가장 인기 있는 요소들을 챙기면서도 최대한 상승을 억제한 가격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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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계식 키보드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소 중 하나로 '비키(VIKI) 스타일' 디자인이 있다. 알루미늄 또는 철제 금속 상판과 그 위에 키보드 스위치가 반쯤 위로 노출된 독특한 형태의 '비키 스타일' 디자인은 다소 복고적이면서도 일반 키보드에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외형에, 키보드의 약점인 먼지나 이물질 등을 쉽게 청소할 수 있는 기능성이 더해지면서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앱코 K300과 K730 2종 모두 알루미늄 상판을 쓴 비키 스타일 디자인을 채택했다. 다만 세부 디자인은 약간 다르다. K700은 앞서 앱코가 출시한 '하데스' 시리즈와 거의 비슷한 요철 구조의 상판을 채택한 것과 달리, K730은 평평한 상판에 좀 더 넓은 손목 받침대(팜레스트)가 달려있고 가죽 모양 느낌의 장식물로 좀 더 복고적인 느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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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 마감도 K700이 조금 수수하지만 매끈하고 일관적인 질감에 스크래치 등에 좀 더 유리한 '샌드블라스트' 공법으로 마감했지만, K730은 메탈 소재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머릿결 무늬의 '헤어라인 공법'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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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배열은 두 제품 모두 US 104키 방식을 사용했다. 납작한 '─'모양 엔터키에 별도의 한영, 한자 변환키가 없는 104키 배열은 기계식 키보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키 배열이다. 다만 일반적인 한글 106키 배열의 '┘'모양 엔터키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처음 쓸 때 약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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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코 K700과 K730 모두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이중 사출(듀얼샷) 키캡을 채택했다. 글자 각인 부분은 반투명 소재를, 그 외 테두리는 불투명한 소재를 사용해 이중으로 사출한 키캡은 ▲오래 사용해도 글씨가 잘 지워지지 않고, ▲키캡 자체가 두꺼워져 타건감이 좀 더 고급스러워지는 데다, ▲후술할 LED 백라이트도 더욱 투과가 잘 되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두 제품 모두 한글 각인은 기존의 레이저 공법을 사용해 새겨져 있다. 아직까지 기계식 키보드에서 한글까지 이중 사출로 구현한 키캡은 거의 없으므로 딱히 K700과 K730만의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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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의 핵심인 스위치는 두 제품 모두 카일(Kailh)사의 '청축' 스위치를 채택했다. 누를 때 살짝 걸리는 느낌이 있고 완전히 눌렀을 때 '찰칵'하는 특유의 작동음이 특징이다. 조금 시끄러워 사무실 같은 조용한 곳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지만 가장 '기계식' 다운 느낌의 경쾌한 타건감으로 게이머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류의 스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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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스타일' 디자인과 더불어 최근 기계식 키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소는 '컬러 LED 백라이트'다. 처음에는 어둠 속에서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단색 LED 조명을 키캡 밑에서 비추던 것이 이제는 형형색색의 컬러 LED를 사용해 시각적인 화려함을 더욱 살리는 쪽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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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코 K700과 K730은 6종류의 단색 LED(화이트, 레드, 오렌지, 그린, 블루, 퍼플)을 라인별로 배치한 '레인보우 LED'를 사용했다.

고급 제품에 채택되는 'RGB LED'에 비해 구성이 단순해 제조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순수한 단색 LED로 통일된 제품에 비하면 형형색색의 화려함을 맛볼 수 있는 절충식 LED 백라이트 방식이다. 물론, 라인별로 고정된 LED 색상은 사용자가 임의로 바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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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백라이트를 채택한 다른 최신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앱코 K700과 K730 역시 웨이브, 터치, 플래시, 숨쉬기 등 총 8가지에 달하는 LED 백라이트 작동 효과(액션 LED)를 제공한다. 물론 LED의 밝기와 각 효과의 작동 속도 등도 사용자의 취향이나 사용 환경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사용자가 지정한 키만 LED가 켜지도록 할 수 있는 '사용자 지정 모드'는 게임이나 각종 애플리케이션에서 평소 자주 쓰는 키를 강조하거나, 자신만의 개성 있는 키보드를 꾸미기에 적합한 기능이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없이 총 6개의 사용자 지정 모드를 작성해 저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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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K730 모델은 K700 모델에는 없는 사이드 LED 기능도 갖췄다. 색상 변경이 불가능한 레드 단일 색상에 3단계 모드(켜짐, 꺼짐, 숨쉬기)만 제공하는 등 단순하지만, 키보드 주변부까지 은은한 LED로 밝혀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그 외에도 앱코 K700과 K730은 게임에서 모든 키의 입력을 놓치지 않는 '무한 동시 입력' 기능과 불필요한 윈도 키가 눌리는 것을 막아주는 '윈도 키 잠금' 기능 등 게임 키보드의 기능도 확실히 갖췄다. 탐색기, 웹 브라우저, 계산기 등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단축키 기능과 재생 제어, 볼륨 조절 등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컨트롤 기능 등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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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만의 장점인 '키캡 커스터마이징'도 빼놓을 수 없다. '체리 호환' 키캡과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기본 키캡을 시중에서 별도로 판매되는 각종 커스텀 키캡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다. LED 백라이트 이상으로 '자신만의 개성이 살아 있는 키보드'를 꾸미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장 안성맞춤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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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만한 구성을 갖춘 기계식 키보드라면 아무리 저렴해도 8~9만원을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앱코 K700(6만 원대 중반)과 K730(7만 원대 중반, 이상 다나와 기준)은 동급의 타사 제품보다 약 1~2만원가량 저렴하다.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기계식 키보드의 가격을 낮추기란 쉽지 않다. 처음부터 저가형으로 만들어진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와 달리 다수의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하는 기계식 키보드는 태생적으로도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앱코 K700과 K730은 '비키 스타일' 디자인, 컬러 LED 백라이트, 이중 사출 키캡, 무한 동시 입력 등 게이밍 기능 등 가장 인기 있는 요소들은 모두 갖추면서 경쟁사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실현했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뛰어나다.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에 여전히 비싸지만, 기계식 키보드에 처음 도전해 보려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이만한 제품도 없는 셈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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