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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패킷감청' 위헌 여부, 5년만에 심판 절차 종료...청구인 이미 사망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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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통신망을 통째로 감청해 당사자와 동일한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패킷감청'에 대해 위헌 여부 판단이 내려지지 않고 심판 절차가 끝났다. 해당 사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된지 무려 5년여만이고 청구인이 사망한지 넉달여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전직 교사인 고(故) 김형근씨가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7호, 제5조 2항, 제6조에 낸 헌법소원의 심판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이들 조항은 전기통신 감청, 즉 통신제한조치의 요건과 절차를 담고 있다.

심판절차 종료 선언은 청구인이 사망했거나 청구를 취하한 경우 내리는 결정이다. 헌법소원 대상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점은 청구가 부적법할 때의 각하 결정과 같다.

헌재는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기본권인 통신·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없다"며 "청구가 인용돼도 확정된 유죄 판결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소원 당사자가 이미 사망한 이후여서 '최후의 권리구제 수단'라는 헌법소원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제기 돼왔다. 김씨는 전북지역 모 고등학교 도덕교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의 정상회담 합의문 내용을 묻는 문제를 출제했다는 이유로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국정원은 압수수색 영장 등을 발부받아 김씨가 개설한 포털사이트 이메일과 김씨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을 수색했으며, 법원으로부터 통신제한조치 허가장을 받아 김씨 사무실에 설치된 인터넷 전용회선을 감청(패킷감청)했다.

패킷감청은 인터넷 회선에서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서 빼내 수사 대상자의 컴퓨터와 똑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것이어서 범죄와 관련없는 개인의 사생활은 물론 가족이나 직원 등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어 논란이 돼 왔다.

국정원 수사과정에서 패킷감청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2011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패킷감청은 무차별적인 정보의 수집이 가능해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과 통신·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수사목적에만 한정해 감청을 하고 싶어도 패킷감청의 특성상 불가능하다"면서 "이를 법원이 허가한다는 것은 사법적 통제 수단이 무력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지난 2011년 3월에 접수했으나 지금껏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결론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야당 측의 집중적인 추궁을 받기도 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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