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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빨래집게에서 집까지 '뚝딱'…3D 프린터로 만드는 공유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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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경제' 이끌 신기술]⑤3D 프린팅(끝)]

#주말 오후 빨래를 널다가 집게를 부러뜨린 A씨. 마트에 가는 대신 컴퓨터를 켠다. 온라인 공유 플랫폼 싱기버스(thingiverse) 사이트에 접속해 빨래집게 3D 설계 도면을 내려 받았다. 이 데이터 파일이 들어 있는 SD카드를 3D프린터에 연결한 다음 집안 청소를 했다. 3시간쯤 지났을까. 빨래집게 플라스틱 조형물이 ‘뽑혀’ 나왔다.

3D 프린팅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대량생산 방식의 2차 산업혁명에 이어 개인맞춤·자가생산 중심의 디지털 제조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3D 프린터는 3차원 설계도를 바탕으로 플라스틱과 금속 등 각종 재료를 이용해 입체적 조형물을 만드는 기계다. 3D 프린팅 기술은 1980년대 건축가들과 자동차·항공사 제조업체들이 시제품을 생산하는 데 이용되다 일부 해커들과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면서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인공 뼈는 물론 바이오·의학분야에 접목되면서 조직공학용 지자체(스캐폴드) 등도 제작하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이젠 작은 물건뿐 아니라 건물 자체를 ‘출력’하는 작업도 시도되고 있다. 베르크 코쉬네비스 미국 남가주립대(USC) 산업 및 시스템 공학 교수 겸 고속자동화제작기술센터(CRAFT) 소장이 3D 프린팅의 대형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는 건물 자체를 출력하기 위한 적층 도형(contour crafting)을 실험 중이다.

건물을 출력할 수 있을 정도의 대형 3D 프린터 값은 수십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싸지만 코쉬네비스 교수는 일반 건물 건설에 들어가는 설계와 노동 비용 등에 비하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3D 프린터 건축이 2025년이면 전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산업 표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최대 건축회사 중 하나인 포스터플러스파트너스(Foster+Partners)는 유럽우주기구(ESA)와 3D 프린팅 기술로 달에 영구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D 프린터가 종이는 물론 모래, 철강 등 온갖 폐기물을 원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점에 착안해 달의 토양을 공급원료로 사용해 건물을 출력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이미 모의 재료로 1.5톤의 시제품 블록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14년 내놓은 저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3D 프린팅 기술로 인해 제조의 시대가 가고 ‘정보화 제조’(infofacture)의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3D 프린팅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고 ‘제조의 민주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를 통해 소유 중심이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유 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3D 프린팅 기술의 ‘오픈소스’ 관행이 공유경제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인 소스코드를 인터넷 등을 통해 무상으로 공개하면 누구나 이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재배포할 수 있다. ‘오픈소스’ 관행을 지지하는 이들은 지적재산권 등으로 3D 설계도를 소유하는 대신 공개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기술을 배우고 스스로 제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실 3D 프린터가 확산된 것도 오픈소스를 통해서였다. 영국의 수학자 겸 기계공학자인 에이드리언 보이어는 영국 배스대 기계공학과 재직 시절 렙랩(RepRap) 연구소를 개설해 3D 프린터 가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렸다. 30년 전 3D 프린터를 처음으로 제작한 스트라타시스사가 ‘파격적’이라며 내놓은 가격은 수십만달러였다. 그러나 지금은 1500달러면 최신 사양의 3D 프린터를 구입할 수 있다.

요즘엔 3D 프린터나 기술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시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제작설비를 빌리고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팹랩(fablab·제작 실험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리프킨은 특히 3D 프린팅 프로세스가 사물인터넷(IoT)과 결합되면서 전 세계가 공유경제로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3D 프린터가 IoT 인프라에 내재된다는 것은 “사실상 전 세계 사람 누구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기 나름대로의 제품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프로슈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IoT 경제에 동반되는 제조 모델이 바로 3D 프린팅이라고 본 것이다.

3D 프린팅 산업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월러스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3D 프린터 시장이 올해 73억달러, 2018년엔 127억달러, 2020년엔 21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13년 글로벌 보고서에서 2025년에는 3D 프린팅 관련 산업이 4조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세린 기자 i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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