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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11년만의 '혹독한 가뭄'…대청호 연안 주민 삶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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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룻배 발 묶이고 어획량 '뚝'…바닥 드러나 겨울축제 포기 '울상'

대청댐 수위 하루 2㎝ 하락 '경계 단계'…'심각 단계' 되면 용수 중단

연합뉴스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충북 옥천군 동이면 대청호에 6일 어선들이 발 묶인채 놓여있다. 2015.11.6 bgipark@yna.co.kr (끝)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대청호와 높은 산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은 요즘 '호버크라프트'(Hovercraft)라고 불리는 공기부양정을 이용해 마을 밖 출입을 한다.

영화 '007'시리즈나 군부대 작전 현장에서나 볼 수 있던 특수 제작 선박이다.

옥천군은 겨울마다 뱃길이 얼어 고립되기 일쑤인 이 마을 주민들을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수자원공사의 지원을 받아 이 선박을 배치했다.

11가구 14명이 사는 이 마을은 댐 건설로 육로가 끊기면서 2.1t급 나룻배(철선)를 타고 바깥세상을 오갔다.

그러나 극심한 가뭄 탓에 선착장 접안시설이 땅 위로 드러나 나룻배 운항이 불가능해지자 주민들은 지난달 20일부터 공기부양정을 조기 운항하기 시작했다.

주민 조병복씨는 "물 빠진 선착장 주변이 진흙 뻘로 변해 배를 댈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기부양정은 진흙 위로 올라설 수 있어 좋지만, 화물을 싣는 데는 불편한 점도 많다"고 말했다.

조씨는 "그나마 경기부양정이라도 있어 극심한 가뭄에 바깥세상과 통할 수 있는 것만해도 감사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겨울철 결빙된 호수에서 빙어낚시와 썰매 등을 즐기는 겨울문화체험장을 운영하는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에도 비상이 걸렸다.

축제장으로 쓰던 마을 앞 호수가 지난 여름부터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거대한 초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해마다 한 달 남짓한 축제 기간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들여 썰매 대여료 등으로 7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려왔다.

박효서 이장은 "호수가 말라붙어 축제를 포기하기는 처음"이라며 "빙어낚시나 썰매 대신 호수의 경사면을 이용해 눈썰매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청호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던 어민들도 가뭄에 직격탄을 맞았다.

수위가 내려앉으면서 어획량도 덩달아 줄어 하루종일 그물을 걷어올려도 헛손질하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기잡이가 신통치 않자 요듬에는 아예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까지 나타나고있다.

어민단체인 금강어촌계 손승우 대표는 "해마다 이맘때면 장어나 쏘가리 등이 심심찮게 올라왔는데, 올해는 붕어 구경하기도 힘들다"며 "20명의 회원 중 3분의 1 가량이 조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대청댐 수위는 64.42m로 지난해 73.83m, 예년의 71.18m를 크게 밑돈다.

11월 기준으로 2001년(63.58m)과 1994년(64.17m)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은 수위다.

저수율은 36.4%로 내려앉으면서 용수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용수공급기준은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 5단계로 구분되는데, 대청댐은 이 중 4번째인 '경계' 단계다.

생활·공업용수를 제외하고 하천유지나 환경관리에 필요한 용수공급을 이미 중단된 상태다.

'심각' 단계에 접어들면 생활·공업용수도 줄인다. 제한 급수가 이뤄지는 보령댐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대청댐관리단 관계자는 "현재 방류량을 초당 23t으로 줄여 최소한의 발전방류만 하는 상황"이라며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급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청댐 수위는 요즘 하루 2㎝가량 내려앉는다.

역대 최저를 기록한 1982년 7월의 59.06m와 비교하면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강수량이 적은 겨울을 앞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적어도 내년 5월까지 대전과 청주권 생활·공업용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댐 수위가 59m 이상만 유지되면 추동과 문의취수장은 정상가동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역대 최저 수위를 기록한 1982년에도 대청호 수역의 취수장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 6월 이후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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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연안 주민 수송하는 공기부양정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극심한 가뭄으로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마을 앞 대청호 뱃길이 끊기면서 공기부양정이 조기 투입됐다. 6일 공기부양정이 호수를 가로질러 운항하고 있다. 2015.11.6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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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공기부양정 조기 투입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극심한 가뭄으로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마을 앞 대청호 뱃길이 끊기면서 공기부양정이 조기 투입됐다. 6일 주민들이 공기부양정을 살펴보고 있다. 2015.11.6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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