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무심한 하늘이 원망스러운 농심…가뭄 피해 극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경 경천댐 역대 최저 저수율…저수지마다 바닥 드러나

연합뉴스

바닥 드러낸 문경 경천호 (문경=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극심한 가을 가뭄이 이어진 20일 오후 경북 문경시 동로면 경천호가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15.10.20 psykims@yna.co.kr


(문경=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들에서 손을 씻을 수가 없어…하늘물이 와야 해 하늘물이"

경북 문경시 동로면 경천댐 저수율이 25년만에 최저치인 13%로 떨어졌다.

도내 주요 댐과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극심한 가뭄에 농가마다 근심이 가득하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저수지를 바라보는 농민들은 무심한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경천댐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성영자(69·여)씨는 "애써 재배한 고추가 말라 비틀어지는데도 손 쓸 도리가 없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수확을 앞둔 고추밭은 쩍쩍 갈라지고, 고추나무에 매달린 잎과 고추는 힘없이 시들어 가고 있다.

고추밭 옆 콩밭도 마찬가지다.

콩 잎은 메말랐고,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아 먹을 수 있는 콩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성씨는 "살다 살다 이런 가뭄은 처음 본다. 내다 팔 수 있는 게 없으니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김장철이 다가오지만, 인근 배추밭에는 이미 메말라 죽어버린 배추가 가득하고 그나마 자란 것도 상품으로 내놓기 어려울 정도다.

성씨는 "비료를 줘도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 비가 와야 비료가 녹아 땅이 만들어지는데 뿌리는 대로 그냥 굳어버려…"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같은 마을에서 오미자를 기르는 김순이(54·여)씨는 "생활이 어려졌다. 팔 수 있는 열매가 적고 집에서 먹을 만한 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댐 물이 마을까지 내려와야 하는데 이미 댐 바닥이 보인다"며 "물이 없으니 수확량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고 전했다.

그는 "작년에도 가물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땅이) 말라도 너무 말라서 올해 농사는 이미 접어야 할 노릇이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너무 가물어 물을 끌어다 써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봄부터 시작한 가뭄에 아예 농사를 포기한 집도 곳곳에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송모(74)씨는 "몇몇 집은 처음부터 모를 심지도 않았다. 심어도 자라지 않는데 뭐하러 심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마을 곳곳에 노는 논이 얼마나 많은데…빨리 비가 와야 해, 비가…"라며 말끝을 흐렸다.

논에 물을 대도 임시방편일 뿐이고 잠깐 효과가 있어도 결국 더 마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논 주변에 호스를 깔아놓은 농가는 형편이 조금 낫지만, 우리 같은 영세농민은 돈이 많이 들어 엄두도 못낸다"며 "쌀을 파는 놈이 사서 먹어야 할 지경이다"고 탄식했다.

psykim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쩍쩍 갈라진 경천호 바닥 (문경=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극심한 가을 가뭄이 이어진 20일 오후 경북 문경시 동로면 경천호가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15.10.20 psykims@yna.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