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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르포]"장터 같던 병실이 아늑해졌어요"…메르스 이후 병원 신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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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실 운영 1개월, 칠곡경북대병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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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경북=뉴스1) 배준수 기자 =


지난달 1일 전국 최초로 대구에 있는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이 병실면회를 금지하고 별도 면회실 운영에 나섰다. 지난 2일 오후 칠곡경북대병원 1층 입퇴원라운지에서 입원환자와 면회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5.9.3/뉴스1 / (대구=뉴스1) 이종현 기자 © News1



2일 오후 1시30분 대구 북구 학정동 칠곡경북대병원의 입원병동은 고요하기만 했다.

보호자와 면회객들이 음식을 나눠먹으며 시끌벅적했던 예전의 공간이 아니었다.

2~3명씩 우르르 몰려 병문안을 다니던 환자 보호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보호자증'을 받은 1명만 병실 출입이 가능하다.

오후 2시께 1층 출입구쪽 입·퇴원 라운지와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두 면회객과 환자들이었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김성자(가명·52·여)씨 주변에는 10여명의 교회 동료들이 모여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찬송가를 불렀다.

김씨는 "다른 환자들의 눈치가 보였던 병실이 아니라 면회실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고, 간단한 음식도 마음놓고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때 단체로 문병을 하는 우리의 독특한 병실문화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자 칠곡경북대병원이 전국 최초로 '병실면회금지'를 시행한 이후 나타난 신풍속도다.

박재용 병원장은 "응급실이나 병실에서 환자와 보호자 접촉 등으로 감염이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잘못된 병실문화가 문제로 꼽혔다"면서 "환자의 안전과 병원내 감염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면회실 기능을 하는 병원 1층의 입·퇴원 라운지와 로비, 2층 로비, 지하 1층 공간에는 소파, 테이블, TV, 컴퓨터 등이 놓여 있어 환자나 보호자 등이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다.

570병상 중 480병상을 입원환자가 차지하고 있는데, 보호자들이 병실로 몰려들지 않고 면회실로 향하면서 병실은 '환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병실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뀐 것은 아니다.

8월1일 시행 당시에는 "멀리서 온 환자 가족을 홀대한다"고 항의도 있었고, "우리 정서상 병실에서 면회를 해야 맞는 것이다"며 따지는 면회객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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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전국 최초로 대구에 있는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이 병실면회를 금지하고 별도 면회실 운영에 나섰다. 지난 2일 오후 입원병동 복도에 면회실 운영안내문이 게시돼 있다.2015.9.3/뉴스1 / (대구=뉴스1) 이종현 기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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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달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다.

병원 출입구에서 곧바로 입원실로 향하던 면회객들이 면회신청서를 제출한 뒤 면회실로 가고, 환자나 보호자가 면회실로 내려오는 방식이다.

병원 측은 임종이나 수술동의, 의사면담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일반 면회객에게는 입원 환자의 병실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

위암으로 입원한 조성현(가명·58)씨는 "떡볶이 냄새가 풍기며 시장 같았던 병실이 조용하고 아늑하게 바뀌었다"며 "무엇보다 보호자나 면회객들 때문에 생기는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어 더 안전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한 환자 보호자는 "환자나 보호자가 면회실로 오가는 등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은 '병실면회 금지문화'가 다른 병원으로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면회객은 "메르스 사태가 끝난 뒤 우르르 몰려가는 병문안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칠곡경북대병원의 모범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려 새로운 병실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나도 동참하겠다"고 했다.

박재용 병원장은 "마침 보건복지부도 입원실 면회시간 제한 등 병원면회 권장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생기도록 국가 차원에서 홍보한다면 면회실 제도가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본원 측도 "칠곡경북대병원의 면회실 제도를 본원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pen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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