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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메르스 방역 낙제점 받은 질병관리본부…문책도 독립도 없이 ‘승격’만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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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국가방역체계 개편

질병관리본부장 ‘차관급’으로

현장 출동 방역팀에 ‘전결권’

감염병 발생 현장에 출동하는 방역팀에 전결권을 주고, 질병관리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국가방역체계가 짜여진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시키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초기 방역 실패로 사태를 악화시켰던 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문책은 없이 ‘자리’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국가방역체계를 이같이 개편키로 했다고 밝혔다. 개편안은 질병관리본부에 24시간 긴급상황실을 신설해 해외 감염병 정보와 국내 감염병 의심 신고를 신속히 수집·분석하도록 했다. 의심환자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 방역관을 팀장으로 즉각대응팀을 구성하고, 즉각대응팀 지휘하에 시·도 보건조직과 시·군·구 보건소, 민간전문가·경찰·소방 등이 참여하는 ‘현장방역본부’를 조직하게 된다. 현장방역본부는 전결권을 갖고 병원과 환자 이동 등을 통제할 수 있다. 개편안은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전국 대형병원에 음압격리병상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메르스 당시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질병관리본부를 청이나 처로 독립하는 방안은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개편안은 현재 1급인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본부장에게 인사·예산권을 일임하도록 했다. 감염병 발생 시 방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질병관리본부가 책임지도록 하고, 총리실·복지부와 국민안전처는 지원토록 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나 복지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다는 점은 지금과 같다. 예산·인사도 세부 항목은 질병관리본부가 작성하지만 예산 총액과 일부 직급에 대한 인사는 복지부가 그리는 큰 그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장관 이하 복지부 전체 직원이 질병관리본부 강화에 동의하고 있다”며 “정책 집행자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관 개인 의지에 기대야 하는 정책은 언제든 ‘부도수표’가 될 수 있다. 복지부가 메르스 위기를 ‘기회’ 삼아 차관급 자리를 신설하고 제 몸집만 불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메르스 당시 정부 즉각대응팀에 참여했던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승진시킨 것 외에는 지금과 별로 다른 게 없다”며 “질병관리본부에 일부 자율성이 부여되겠지만 전문가 단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독립적 구조를 갖추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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