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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레이더P][팩트체커] 與野 바뀌면 주장도 바뀌는 특수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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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청와대 등 국가기관의 기밀 활동을 위한 돈인 '특수활동비' 내용을 공개할지에 대해 여야 주장이 대립하면서 8월 임시회 본회의 개최가 무산됐습니다. 새누리당은 내용 공개를 반대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아래 특수활동비 소위를 만들어 이들이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당내 쇄신파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 "특별활동비를 두고 노무현 정부 때 묻지마 예산이란 비판에 대해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공세'라고 반발한 적 있다"며 "정권 바뀌었다고 이제는 스스로 묻지마 예산이라 투명공개하라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여야 주장은 과거에는 어땠나요? 하 의원 말대로 말바꾸기가 있었나요?

DJ·노무현 정부 때도 불투명성 논란
당시 새누리, 삭감·내용공개 주장
반면 새정치, 주저하며 "문제없어"


매일경제

정부의 각종 특수활동비 문제를 놓고 여야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왼쪽) 위원이 참석하고있다.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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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결론적으로 여야가 말을 바꿨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이었던 시절인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지금과 달리 특수활동비 공개에 난색을 표하거나 미온적이었습니다. 반면 당시 야당이던 새누리당은 특수활동비를 공개·축소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태도가 지금과는 반대로 뒤바뀐 셈입니다.

현재 상황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특수활동비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연간 8810억원(올해 기준)에 이르는 특수활동비 가운데 절반이 넘는 4000억여 원을 국정원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국정원을 겨냥한 것입니다.

야당은 국정원 댓글사건,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국정원 간첩증거 조작사건,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논란 등 현 정부 들어 터진 일련의 사건을 겪었던 터라 국정원을 늘 벼르고 있습니다. 야당은 국정원의 불법정치 활동 가능성에 신경을 늘 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특수활동비 공개는 위법이고, 뒤늦게 특수활동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기밀을 다루는 데 사용되는 돈인 만큼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기밀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물론 국정원의 불법 정치활동 가능성은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항변합니다.

과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논란은 두 차례 있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과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입니다.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예산을 삭감하자고 주장했던 반면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정치 개입 예산은 없다"며 삭감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진승현 게이트로 국정원 개혁이 도마에 올랐던 상황이었습니다. '진승현 게이트'는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금융회사에서 불법대출, 주가조작을 저지른 뒤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국정원에 구명로비를 한 사건입니다. 사건수사 중 국정원이 진승현과 당시 정계 인사를 불법 도청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습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대공수사비 등에서 360억원을 삭감하고 신건 당시 국정원장 사퇴를 주장했습니다. 당시 강창성 한나라당 의원은 "'진승현 게이트'를 보면 지난해 총선자금 분배에 앞장선 사실이 드러났다"며 "내년 양대 선거(2002년 대통령·지방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특수활동비는 절대로 통과시켜 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은 "정보기관 특성상 예산 삭감은 있을 수 없다"며 "검찰이 수사에 나선 만큼 이를 지켜봐야 하며 정치공세로 정보기관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360억원이 아닌 80억원이 삭감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안기부(국정원의 전신)가 과거 김영삼·김대중 정부 당시 도청팀 '미림'을 조직해 정·재계와 언론 유력 인사를 도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정원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공개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각 부처에 숨어 있는 특수활동비라는 것이 대부분 불투명 예산이다.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인 열린우리당 역시 국정원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내놓은 대책이 미봉책에 그치면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2005년 처음으로 정보위에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설치해 국정원 예산을 심사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국정원 외에도 정보통신부, 국방부, 과기부 등 여러 기관에 분산 편성되 국정원 예산만 확인해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용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은 기관들 중 정보통신부에 편성된 국정원 관련 예산을 도·감청 관련 예산으로 보고 특수활동비 세부 내용을 요구했지만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은 "진대제 당시 정통부 장관을 향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여권에서는 진 장관이 2006년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다고 언급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신설된 정보위 예산결산심사소위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국정원 예산에 대해 사업 단위별 보고는 이뤄지지만 상세 내용 보고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특수활동비가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습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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