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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메르스환자 마지막 격리해제 한달…병문안 문화 '쉽게 바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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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마다 '우르르 병문안' 여전…환자와 마찰 두려워 '모른척'

전문가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 나서야"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이보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대형병원이 앞다퉈 면회객 제한 정책을 도입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당수 병원에서 이런 제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여러 명이 함께 병원을 방문하거나, 보호자가 숙식하며 병상을 지키는 한국식 병문안·간병 문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많은 대형 병원들은 메르스 사태 직후 면회객 수를 제한하거나, 미리 등록해 출입증을 지급받은 보호자만 병실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마지막 메르스 격리자가 격리해제된 지 한달이 가까워지는 현재 병원마다 면회객을 제한한다는 안내문만 즐비하지만, 이를 지키는 병문안객도 이를 막는 병원도 거의 없었다.

병원들은 메르스 사태 직후 엄격히 규정을 따졌지만, 지금으로선 괜히 환자나 문안객과 불편한 마찰을 빚는 것이 힘겨워 애써 외면하는 실정이다.

◇ 병원마다 여전히 '우르르 병문안' 현실

이달 21일 서울 A대학병원의 경우 병원 1층 로비에 들어가 병동행 승강기를 타고 입원병실에 들어갈 때까지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병동 한가운데 간호사들이 상주하는 장소인 스테이션 주변을 기웃대도 이를 제지하는 의료진은 아무도 없었다.

병원 곳곳에는 '메르스 감염 방지 및 정부 지침에 따라 입원환자 면회를 금지한다', '병원에서 발급한 보호자 확인증을 소지한 보호자 1명만 출입 가능하다'는 안내가 큼직하게 붙어 있었다.

한 환자는 "입원할 때 보호자용 병실 출입증을 받긴 했지만, 이를 걸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지금은 메르스 사태가 끝나서 그런지 여러 명씩 우르르 병문안을 오는 문화가 쉽게 바뀐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역시 면회 제한책 안내판이 무색할 정도로 방문객 제지는 없었다. 이곳은 환자용과 일반용 승강기가 구분돼 있었지만, 환자와 의사, 외부 면회객들이 한 데 뒤엉켜 타고 있었다.

이곳에도 '병동 면회는 한 번에 1명·1시간 내에 완료' 등의 안내와 함께 병동별 면회 시간을 정해 놓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C병원도 역시 병원 출입이나 병동 방문에 어떤 제지도 없었다. 여러 명의 면회객이 우르르 병실 안으로 들어가거나 면회객들이 자유롭게 병동을 돌아다니고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병원 측은 강제로 병동 면회객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동 병문안객의 출입을 일일이 물리적으로 제한하기는 한계가 있어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환자가 입원할 때 방문 제한책을 충분히 설명하고, 병원 곳곳에 안내판을 붙여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내규에 따라 면회 제한을 안내하고는 있지만, 면회객을 강제로 내보낼 법적 근거가 없다"며 "막무가내로 면회하겠다고 우길 경우 들여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 병원 곳곳 관리인력 투입, 철저히 통제하는 곳도

예외적으로 비교적 철저히 면회객을 통제하는 곳도 있었다. 이 병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가장 큰 확산지로 지적돼 질타를 받은 병원 중 한 곳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출입구마다 직원들을 배치해 들어오는 사람들의 체온을 일일이 재고, 행선지를 물었다.

입원 환자 방문객이라고 하면 해당 병실에 전화해 확인하기도 했다.

병실로 올라가는 승강기에도 직원을 배치해 보호자 출입증을 소지하지 않거나, 등록된 보호자가 아닌 경우 탑승을 막고 있었다.

이에 항의하는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한 20대 여성은 "야밤에 면회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병실에 들여보내 주지 않느냐"며 "이러려면 병원이 환자 간호를 혼자 다 알아서 하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등록된 보호자가 아니면 환자가 1층 로비로 내려와야 면회를 할 수 있다. 병원 로비나 병원 밖 벤치 등에서 입원복을 입은 환자들이 방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많이 목격됐다.

이 병원 관계자는 "면회제한책 실시 두 달이 넘었지만 지금도 많은 방문객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며 "정 면회를 원하는 경우 등록 보호자를 1층 로비로 불러 등록증을 받게 한 후 잠시 면회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 나서야"

전문가들은 병문안 문화 개선을 병원과 시민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홍보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오랜 문화를 병원만의 힘으로 바꾸기는 어렵고, 정부가 면회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의사협회나 시민단체 등이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어떤 간병문화를 만들어야 할지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제시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오랫동안 형성된 문화를 강제로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법적 근거도 없다"며 "감염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시민의 공감과 자발적 의식개선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병원의 입원환자 관리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암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입원환자 간호를 병원이 10%, 보호자가 90%를 담당하고 있지만, 병원 담당 비율을 30∼40%까지 끌어올려야 보호자나 병문안객을 줄이자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2018년 대부분 병원에 도입되는 '포괄간호수가제'(병원이 환자를 직접 돌보는 서비스) 시행을 앞당겨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예산과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실태 조사 등 도입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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