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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세월호·메르스 때와 뭐가 달라”… 또 ‘무능’ 수렁에 갇힌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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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폭발 ‘컨트롤타워 부재, 엇박자·늑장 대응’ 지적

청 “운도 지지리 없다”… 여당 내부 ‘정부 책임론’ 이견

일방적 청와대 시스템 안 바뀌면 ‘후반기 국정’도 암울

박근혜 정부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둘러싼 늑장·부실 대응 논란으로 ‘무능’ 프레임에 빠져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초기대응 실패 등으로 굳어진 ‘무능정권’ 프레임에 다시 갇히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수정권의 보루로 여겨지는 안보 문제에서 무능 논란에 휩싸이면서 임기 반환점(25일)을 앞두고 국정 다잡기에 나선 박 대통령 행보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정부 대응이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때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선 “세 사건이 같은 것 아니냐. 정부 대응이 부실했고, 국민도 구하지 못했고…”(새누리당 관계자)라는 자조가 들린다.

세월호·메르스 사태 모두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돌았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뢰 폭발 사건도 비슷한 양상이다.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통일부가 북한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하는 등 정부가 엇박자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건 발생 4일 만인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가 열리는 등 늑장 대응도 비판받고 있다. 국방부가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한 10일에도 박 대통령은 북한의 표준시 변경만 지적했다. 청와대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세월호·메르스 사태 때 확인됐고, 이후 박 대통령이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한 국정 시스템의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논란으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가적 위기 앞에서 무능하다는 인식만 굳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지난 12일 늑장·부실 대응 논란에 반박하는 등 ‘과민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무능 프레임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선 “정말 이번 것은 억울하다” “참 운도 지지리 없다”는 반응이 새어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 해명은 오히려 무능 프레임을 더욱 굳히고 있다. 박 대통령이 4차례에 걸쳐 서면 및 구두유선 보고를 받았다고 세세하게 밝힌 대목이 이를 입증한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 이어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친박계인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13일 “지금은 아군 진지에 혀로 쓰는 탄환인 설탄을 쏴서는 안된다”고 ‘정부책임론’을 반박했다. 반면 국회 국방위원장인 같은 당 정두언 의원은 이날 “국가안보와 관련한 국정시스템의 총체적 혼선”이라면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무능 논란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청와대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명하복과 일방통행식 소통 등 박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국정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같은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대면보고를 받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이런 상태라면 지난 6일 대국민담화, 13일 특별사면, 15일 광복절 경축사 등 일련의 ‘이벤트’를 통해 후반기 국정동력을 확보하려는 박 대통령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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