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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단독]국정원 직원 코앞에 두고…수색 1시간 고의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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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위치추적 하고도 발길 돌려…노웅래 의원 "국정원 개입 가능성"

뉴스1

지난달 20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평온의숲 장례식장에 마련된 임 과장의 빈소에 조화가 놓여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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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18일 숨진 채 발견된 임모(45) 과장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소방당국이 사건현장 초입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색 방향을 트는 바람에 발견 시간이 1시간 가량 늦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 과장의 직장동료인 '국정원 직원'이 소방당국과 경찰보다 앞서 사망현장을 둘러봤다는 정황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소방당국의 부적절한 대처가 결국 국정원에 현장 오염이 가능한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일련의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을 것이란 추가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는 사건 당일 오전 10시7분쯤 임 과장의 부인으로부터 첫 위치추적 요청 신고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오전 10시32분쯤 임 과장이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의 한 야산 중턱(34번지)에 있다는 위치추적 결과(위도와 경도가 담긴 GPS값)에 따라 현장 소방대원들(수색대)에게 목적지를 알린다. 이어 구급차 등 차량 3대에 나눠탄 소방대원 7명은 차량의 네비게이션 기능을 하는 '웹패드'에 목적지를 설정하고 수색에 나선다.

하지만 수색대는 오전 10시40분쯤 야산 초입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수색을 잠시 중단한다. 웹패드의 안내가 종료됐다는 이유에서다. 사건현장을 코앞에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수색이 멈춰진 것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그 이유를 묻는 뉴스1 취재진의 질문에 "수색대가 마을회관에 도착했을 때 웹패드의 안내가 종료됐다. 수색대는 그곳이 34번지인 줄 알았다"며 "웹패드 시스템이 많이 노후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수색대는 오전 11시5분부터 10여분간 화산리 삼거리의 버스정류장 주변에서 현장 수색회의를 한다. 문제는 당시 이곳에 임 과장의 직장동료라고 밝힌 국정원 직원이 등장하고, 이후 소방대원들은 그곳에서 약 2km 떨어진 낚시터 등을 수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방대원들이 당초 위치정보에 뜬 화산리 34번지 일대가 아니라 낚시터를 뒤지게 된 이유는 임 과장 직장동료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통화 녹취록을 보면 수색대원이 "직장동료가 인근에 계셔서 직장은 서울에 있으신 분이고 여기 화산리 쪽이랑 해서 자주 왔다갔다 하신답니다"라고 하자, 상황실 관계자는 "왜 친구때문에?"라고 반문한다. 이에 수색대원은 "아니 낚시하러.."라고 답한 것.

상황실 관계자는 '나와 임 과장은 낚시터를 자주 갔다'는 직장동료의 말을 빌어, 수색대에 낚시터 수색을 지휘했다.

소방당국이 위치추적을 통해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웹패드의 안내가 종료됐다는 이유로 직장동료 등의 말만 듣고 낚시터를 수색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수색대는 오전 10시30분쯤 무전을 통해 목적지가 화산리 34번지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기도 했다고 노 의원은 전했다.

이에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수색대는 웹패드 안내가 끝난 곳이 34번지인 줄 알았고, 당시 상황실에서는 12건의 출동 상황을 관리하고 있어 해당 수색대가 34번지에 제대로 도착했는지 등 현장 상황을 세세하게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치추적 결과가 기지국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 통상 실종사건에서는 위치추적 결과보다 신고자의 진술을 더 중요시한다"며 "실제 실종자가 낚시를 좋아한다는 신고자의 발언도 있어서 마을회관 도착 이후 회의를 열어 수색 경로를 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방당국이나 경찰 보다 국정원이 먼저 임씨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낚시를 자주했다는 등의 허위 정보를 흘려 수색에 혼선을 주는 등 연막전술을 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가 소방대원들의 현장 수색회의에 임 과장의 동료라고 밝힌 국정원 직원의 갑작스런 출현이다. 당시 녹취록 등을 종합해 보면 그는 현장 소방대원들에게 임 과장과 자주 낚시를 다녔다는 이야기를 흘려 수색방향을 낚시터로 돌리도록 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그러나 "직장동료라는 사람이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거리길래 왜 왔냐고 물어보니 직장동료라고 했다고 한다"며 "실종자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려고 하니깐 전부 모른다고 답하고는 사라졌다. 직장동료는 낚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수색대는 낚시터 등을 수색하던 중 2차 위치추적 결과가 화산리산77번지(34번지와 100~200m 떨어진 곳)로 조회됐다는 상황실의 통보를 받고 오전 11시47분쯤 사건현장에 도착한다. 현장 초입까지 왔다가 발길을 돌린 지 1시간10여분 만이다.

2차 위치추적 과정도 의문이다. 당시 두번째 위치추적은 임 과장의 부인이 오전 11시17분쯤 재차 위치추적을 부탁한 데 따른 것으로, 국정원이 현장 오염을 모두 마친 후 부인에게 다시 위치추적을 요청할 것을 주문해 마침내 수색대가 임 과장을 발견하도록 유도했다는 의혹 제기가 가능한 대목이다.

더구나 1차 위치추적에선 화산리산 34번지이던 결과가 2차에서는 100여m 이상 떨어진 화산리산 77번지로 조회된 점도 해명이 되지 않고 있다.

노 의원은 "위치추적 결과지에 대한 선 수색 후 발견이 안됐을 때 신고자의 말을 참조해 수색지역을 넓히는 것이 상식인데 이번 수색은 상식 범위를 넘어선다"며 자체 위치추적을 했던 국정원이 사건현장을 먼저 파악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pej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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