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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레이더P][반장모임] 여권인사 “국정원, 공작능력이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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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여야로 이뤄진 것처럼 정치권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여당반과 야당반으로 팀을 이룬다. 그리고 각 반을 이끄는 리더를 여당반장, 야당반장이라고 한다. 10년차 이상 선임급 기자들이다. 이와 함께 여당반과 야당반을 총괄하는 국회반장도 있다. 여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취재와 기사 방향을 조율한다.

레이더P는 매일경제 정치부 국회반장, 여당반장, 야당반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른바 '반장 모임'을 매주 월요일 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반장 모임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그 내용을 소개한다. 7월 셋째주 월요일인 20일에는 ‘국가정보원 해킹사건 파문'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었다.

매일경제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출입문을 등지고 서서 바깥쪽을 바라보고 있다. 국정원은 이달 초 불거진 사찰 의혹에 이어 지난 18일 해킹 프로그램 구입 운영 담당자가 자살하는 등 안 팎으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를 이번주 내로 복원하겠다 고 국회에 보고했다. [매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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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기관 맞나? 국정원의 아마추어리즘

<이상훈 국회반장>

국가정보원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으로 민간인 사찰을 했는지를 놓고 여야가 공방입니다.

그런데 논란의 진위여부를 떠나 한숨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왜그런가 하면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정원이 ‘사고'를 친 것이 네번째입니다. 드러나서는 안되는 정보기관이 시끌벅적하게 사고를 친겁니다.

<신헌철 여당반장>

그렇습니다. 좀 정리를 좀 해보겠습니다.

우선 국정원 댓글 사건입니다. 심리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2012년 대선 때 댓글 등을 통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이죠. 대선 당시 시끄러웠다가 잠잠해 졌지만, 해가 바뀌어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대선 정당성 논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두번째는 서해북방한계선, 즉 NLL 발언 파문입니다. 2013년 국정원이 2급 비밀로 지정됐던 남북정상대화록을 전격 공개한 사건인데요, 대화록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세번째는 간첩 증거조작 사건입니다. 국정원이 탈북자 신분으로 서울시 공무원 특채로 채용된 인사가 북한에 탈북자 20여명의 정보를 누출한 혐의로 기소했는데, 증거로 검찰에 넘긴 중국정부의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해킹 사건이 터진 겁니다.

<국회반장>

네 번의 사건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들 사건에서 보인 국정원의 행태가 문제라고 봅니다. 정보기관이라면 활동이 드러나지 않고 기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인데, 댓글 사건에서는 국정원 요원이 활동이 노출됐고 심지어 요원의 집까지 공개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NLL 파문에서는 기밀이라던 대화록을 국정원 스스로 공개해버렸고요, 간첩사건에서는 증거를 조작하기까지 합니다. 이 쯤되면 과연 국정원이 정보기관이 맞느냐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박승철 야당반장>

이번 해킹 사건에서도 해킹과 관련해 국정원 스스로 해킹프로그램을 구매했다고 시인하고 이것이 세상에 공개되는, 정보기관으로서는 있기 어려워 보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더구나 관련된 요원의 신원과 가족사항까지 드러났습니다. 또 국정원 직원 이름으로 반박 성명까지 내는 일도 있었죠.

<국회반장>

이 정도면 국정원은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가 아닌가요. 요원들의 활동 경로나, 신원이 드러나고 스스로 기밀을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지요.

<여당반장>

왜 이런 ‘아마추어리즘'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국회반장>

항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정원이 예전같이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겁니다. 단적으로 2011년 국정원 요원 3명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호텔방에 침입했다가 발각된 사건이 벌어져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야당반장>

이명박 정부 들어서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지요.

<국회반장>

당시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정원 내부에 인사이동이 크게 있었다고 합니다. 베테랑 요원들을 완전히 새로운 파트로 인사를 냈고, 이 바람에 조직 전체가 ‘아마추어'가 됐다는 거지요. 새로 취임한 원장이 국정원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사사건건 경험을 앞세워 ‘노'를 하는 요원들은 완전히 새롭게 자리배치를 했다는 거지요.

결과적으로 그동안 쌓인 노하우나 인적 네트워크가 무너졌고, 이는 국정원의 실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여당반장>

20일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말도 그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회의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왜 국정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의 도마 위에 늘 자주 등장합니까. 국정원의 본연의 역할이 뭡니까. 그야말로 음지에서 소리소문없이 국가의 안위와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는게 본연의 임무입니다. 이런 소용돌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자업자득인 면도 있다. 정말 반성을 해야됩니다.”

<국회반장>

그래요. 이와 관련해 국정원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여권 인사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이 인사는 “국정원을 못믿는다. 야당은 국정원 활동의 의도를 불신하고, 여당은 국정원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또 “국정원이 정권을 위해 공작을 한다고 자꾸 그러는데, 과연 공작능력이 제대로 있기는 한건지 의문스럽다”고도 했어요.

매일경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게 국익을 위해서도, 의혹 해소를 위해서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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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는 문도어맹(問道於盲), 새정치는 밀운불우(密雲不雨)

<여당반장>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파문이 마치 과거 광우병 파문이나 천안함 논란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듯합니다. 100% 완벽하게 객관적 실체를 가려내기 어렵고, 90% 이상 실체에 접근한다고 해도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겐 불신와 의혹만 남게된다고 봅니다.

<야당반장>

그래요. 정보기관의 특성상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어려운데다 최근 국정원도 국민들에게도 불신을 누적시킨 '전과'가 있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댓글 파문은 국정원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년에 발생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 무죄로 결론난 것도 국정원의 무리한 대공 수사관행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국회반장>

어쨌든 야당은 댓글 파문이 감기라면 해킹 파문은 메르스의 100배쯤 된다며 강공 드라이브를 예고했습니다. 최근 정국이 여당 중심으로 흐르면서 지지율이 추락하던 야당으로선 모처럼 정치적 호재를 만난 셈입니다.

<여당반장>

그러나 IT전문가인 안철수 의원까지 전면에 나섰으나 실체 파악에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자칫 의혹만 제기하고 결론은 명쾌하게 내지 못할 경우 '정치 공방'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야당반장>

야당은 청문회와 긴급현안질의, 국정감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만 국정원의 대북 정보기능까지 샅샅이 공개하라는 게 여론의 뜻은 아닐겁니다. 역풍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죠. 야당 입장에선 이번 사태는 어쩌면 '독이 든 성배', '깨지기 쉬운 유리잔'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당반장>

여당도 머리가 아픕니다. 한 여당 핵심 의원은 사석에서 "국정원이 너무 망가졌다. 감정적 대응까지 하는 마당에 일방적으로 감싸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여당 입장에서 이번 해킹 파문은 '문도어맹(問道於盲)' 상황인 듯 합니다. 장님에게 길을 묻는다는 뜻인데, 국정원이 말하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니 답답한 지경이지요. 야당은 '밀운불우(密雲不雨)'를 경계해야겠죠. 구름은 빽빽한데 비가 안올 수 있으니.

[정리 =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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