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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뉴시스 초대석]박원순 시장 "메르스 공포, '정보 투명성' 앞에 굴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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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대담/김형기 편집국장 정리/손대선 김예지 기자 사진/장세영 기자 = "투명성은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덕목입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사회적 비용이 훨씬 많이 들겠지만 그렇다 해도 투명하지 못해서 치뤄야 하는 국가 비용보다는 훨씬 효율적입니다."

우리 사회는 중동발 메르스로 호되게 홍역을 치르면서 정부의 역할이나, 종합방역시스템에 대한 의구심, 시민의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금 무엇이 부족한 지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

영향력있는 시민운동가에서 1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행정책임자로 변신한 주인공. 어느 정치인보다 높은 인기를 얻으며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하기도 한 박원순 시장.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 핵심 이슈였던 '정보 공개'를 놓고 누구 보다 앞서 투명성을 강조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난 10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원순 시장과의 대담.

- 메르스 사태가 확산일로에 있다가 진정될 수 있었던 계기를 잡은 것에는 박 시장의 '폭탄 회견'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 아이구. 그일 때문에 거꾸로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일부에선 제가 정치적 계산에 의해 (메르스와 관련한 정보공개 요구) 움직였다고까지 하더군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당시는 너무 긴박했습니다. 그런 계산을 할 여유가 없었지요. 사실 회견을 갖기 전까지도 방역당국에 정보 공개의 필요성을 요청했습니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서 제가 나서게 된 것 뿐이지요.

(당시 박 시장은 35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병원 의사 A씨가 이틀 동안 서울시내를 활보하며 수천 명의 불특정 시민들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한 후 방역 당국에게 접촉자들의 격리를 요청했으며, 이를 위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 결과적으로 보면 서울시민이나 우리 사회가 박 시장의 결단에 일종의 빚을 진 셈이 됐습니다.

= 어찌됐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전환했지요.

- 그런데 중앙정부와 그렇게 대치하면 서울 시정을 펴는데 부담이 되지 않습니까.

= 당연하지요.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부담입니다.

(메르스와 관련한 폭탄 회견도) 제가 (정부에) 대들기 위해서, 반대하기 위해서 한 것은 단연코 아닙니다. 정말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중앙정부와는 가능하면 협업하고 갈등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리더십을 믿고 따라가야 합니다. 그래야 또 우리가 얻는 게 많아요. 예산도 따오고 중앙정부에 허가권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신념에 심지어 맞지 않더라도 시민을, 서울시의 이익을 위해서 늘 그렇게 해왔습니다.

- 갈등 관계가 전혀 없었다는 말씀입니까.

= 아니요. 기초연금에서는 마찰이 일었어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면서 우리와 한번도 상의하지 않고 서울시에 80%를 내라고 했어요. 말이 안되는거죠. 그래서 우리가 60%로 내려달라고 한 것인데 그 당시 기재부 장관이 만나주지도 않아서 제가 화가 나서 한번 세게 그랬습니다.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도 엇박자가 났고요.

-중앙정부의 판단과 박 시장의 판단이 충돌됐을 때 힘의 우위에 의해서 선택이 될텐데 메르스의 경우는 어땠습니까.

= 그게 지난 6월4일이었죠. 그날 하루종일 중앙정부에게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하지 않아서 우리가 나선 것이지요.

또 시민들이 불편해 할 것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죠.

예를 들자면 메르스 확진 여부는 왜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받아야 하나, 시약만 내려주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도 다 할 수 있다, 역학조사를 서울시가 제대로 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 삼성병원은 특별한 관리를 해야한다 등등.

며칠간의 시차는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중앙정부가 이 모든 것들을 다 받아줬어요.

-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입장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야 했겠네요.

= 맞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우려하던 것들이 해결됐으니 협조 안할 이유가 없죠. 전면적으로 협력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이후부터는 중앙정부와 시도지사들이 메르스 대책을 위해 함께 협의하기로 했고요. 그 직전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4개 시도지사 함께 모여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지요. 삼성서울병원도 지침에 맞춰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 덕분에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위를 하셨지요. 행정 경험을 갖춘 유력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셨는데요.

= 아이구 뭐...

이번에 했던 일이 무슨 특별한 게 아니고 일상적인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강조했던 것이 '투명성과 책임성(transparence and accountablity)'입니다.

우리 시대의 큰 화두를 꼽으라면 이것이죠.

서울시는 모든 것을 공개합니다. 과장들이 문서 결재를 하면 바로 다음날 공개돼요. 이번에 일부 환자 정보가 공개된 것도 이 결과입니다. 당시 생활보건과장이 결재했는데, 이것을 비공개로 설정하지 않고 깜빡했더니 10시간만에 공개된 겁니다.

공개가 가끔은 부작용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투명성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특효약이죠. 이번에 메르스를 잡은 특효약도 투명성이었다고 믿습니다.

- 정치나 정책을 펼칠 때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공박만 받으면 섭섭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 하하하. 시장이 되고 일년동안은 그랬어요.

(기사 브리핑자료를 집어들면서) 하루에 이렇게 많은 기사가 저한테 옵니다. 심지어 외신까지도 이렇게 옵니다. 사실 억울한 게 많죠. 우리로선 정책을 선택할 때 온갖 고민을 한 후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합니다. 그런데 그 모든 고민의 과정은 무시하고 부작용만 부각시키니까 저도 그렇고 직원들도 억울할 것 같습니다.

저도 인간인데 화가 날 때도 있지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을 바꿨습니다.

서울시가 잘못하는 것들을 이렇게 지적해주지 않거나,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더 큰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긍정의 힘을 믿고 즐긴다고 하면 오해받으려나...

지금은 뉴스 보도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칭찬할 것은 하고, 고칠 것은 고치라고 합니다.

시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번 시의회 때 김광수 시의원에게 하루종일 '현수막 천국'에 대해 지적받았습니다. 그런데 타당하더라고요. 김 의원의 아이디어도 좋았구요. 곧 바로 서울시가 '현수막과의 전쟁'을 펼친다고 선언했습니다. 김광수 시의원을 본부장으로 하고 일반 시민들을 대표로 하는 대책본부도 발족시켰구요.

-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이해를 구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말이 쉽지 상당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것들인데요.

= 제가 다른 것은 몰라도 듣는 힘은 상당합니다.

서울역 고가 7017프로젝트도 그렇고, 그 전에 용산역도 그렇고요. 현장을 가면 '박원순 물러나라'고 외치는 분들까지 있습니다. 분노하는 이유가 다 있는데 그걸 우리가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목소리가 차츰 낮아져요. 말씀 끝날 때까지 듣겠다고 하면 마지막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까지 하십니다. 이번에 서울역 고가도 반대가 확 줄었습니다.

소통은 만병통치약입니다. 소통을 하려면 잘 들어주는 것이 선결요건이지요.

- 화제를 다시 돌려볼까요. 메르스로 침체된 관광업계를 위해 중국에 가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 예.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서울을 다시 찾아달라고 일종의 '세일즈 외교'를 펼치러 갑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니까 이들이 서울시엔 정말 중요하구나 싶었습니다. 아마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중국 관광객들을 다시 오게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사태가 위기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태도나 방식을 전환해서 오히려 관광의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업계는 물론이고, 서울시도 관광객들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를 확 바꿔야 합니다.

- 중국 쪽에서도 메르스 이후 서울시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볼 것 같습니다.

= 지금 상태로라면 8월 쯤 종식 선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메르스 징비록' 같은 백서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중앙 정부와 함께) 집단감염병에 대한 종합적 대책도 점검할 필요가 있구요.

나아가서 서울시 차원에서 질병관리센터도 만들고, 격리시설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역학조사관들도 20명 정도 확보하는 종합대책 만들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번 중국 방문 때 이런 내용들을 갖고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했으니 안심하고 오시라'고 할 생각입니다.

-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하겠다는 말씀인가요.

= 정부에게 국립감염병원을 서울시에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안되면 서울시 차원에서 음압병상으로 독립 병원을 만들 생각입니다.

이번에 사실 시립병원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만 분산돼 있어서 기능이 제한됐습니다. 이제는 서울시에도 자체적인 종합 전문병원을 하나 갖춰야 한다는 것이지요.

- 돈이 꽤 들텐데요. 이미 적자도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 맞습니다. 시립병원이 14개인데 연간 투자는 1000억 정도됩니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의료의 공공성 때문에 5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는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노숙인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지요.

하지만 '착한 적자'입니다. 이런 적자는 시에서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 의식주에서 '주'는 가야할 길이 멀지만 '의'와 '식'은 많은 경우 근원적으로는 해결됐다고 봅니다.

여기서 저는 '의'를 의료 '의'자로 바꾸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생로병사에서 '병'과 '사'를 돈이 없다고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는 것이 아니고 진료를 받고 우아한 죽음을 누구나 맞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큰 목표입니다.

- 오랜 기간 시민사회 활동을 하다가 행정가로 성공하셨습니다. 우리나라 행정가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을 무엇이라고 여기시는지요.

= 산에서 지내다가 갑자기 결심하고 내려와서 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솔직히 '이것이다'라고 앞세울 것들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투명성과 책임성 정도라고 보입니다.

그 이야기 보다는 행정가로 변신한 후 우리나라 관료시스템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서울시 공무원들은 제가 무언가 결심해서 '이거 합시다'라고 했을 때 무섭게 움직입니다. 이번 메르스 대처도 사실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가 이런 감염병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었는데 스스로 역학조사하고 확진하고 선별 진료소 척척 만들었죠. 진짜 능력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도 '박원순법'으로 표현되는 부패공무원에 대한 '1아웃제'를 도입하셨잖습니까. 여전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것은 아닙니까.

= 그건 아닙니다. 상당수 공무원들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다만 혹시라도 모를, 또는 극소수 공무원의 잘못된 행동이 있을 것에 대비해 경각심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마련한 대책입니다.

- 통칭 'NGO 운동가' 출신이신데요. 어떻습니까. (NGO측이)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주나요.

= 저에 대해서도 가차없더군요.

제가 NGO 활동을 할 때 저 역시 늘 비판을 했습니다만 지금은 비판의 대상입니다. 그러면 아프죠. 어떤 경우엔 서운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론, 시의회와 마찬가지로 NGO 본연의 기능에 대해서는 믿음이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거죠.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서울시정에 흡수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도 늘 경청하려고 합니다.

- 장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박 시장께선 차기 대선의 유력후보자이신데. '박 시장=NGO운동가'라는 등식이 강점이면서 부담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 저는 NGO 활동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셜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제가 했던 NGO를 보면 참여연대라는 애드보카시(advocacy) 운동단체도 있지만, 기부 문화를 추진하는 '아름다운 재단'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모금전문가 또는 자산단체 운영자였습니다.

-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NGO들의 활동 방식이나 형태 또는 그것에 따른 효율성과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십니까.

= 저는 NGO가 굉장히 변화와 확산을 거듭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애드보카시 단체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바뀌고 있습니다. 시민 삶 속에 가까이 있는 사회적 경제 주체로 나서는 쪽도 있고, 지역사회로 들어가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조차 마을 기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주부나 퇴직자가 중심이 되는 단체도 많이 생기고 있고요.

저는 이것이 또 하나의 21세기 서울과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좋은 흐름 중 하나라고 봅니다. 새로운 속살을 만들어내는 거죠.

과거의 애드보카시는 강성이고, 비판 중심이어서 일부 시민 중에는 거부감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형태의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sds1105@newsis.com
yeji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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