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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자살한 국정원 직원, 복원 가능한 자료를 삭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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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 임씨는 유서에서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자료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지만, 자료는 복원할 수 있어 의문점은 남는다.
전자적 기록매체에 저장된 자료는 100% 복원할 수 있다. 국정원은 19일 “자살한 직원이 삭제한 자료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100% 복구가 가능하다”며 “정확한 내용을 포렌식 복구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자료가 삭제됐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자료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그러면서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해외·북한 정보 수집용’, ‘실험·연구용’으로만 썼다는 해명은 거짓말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에 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38개의 국내IP가 존재하고, 목록에 KT, 서울대학교, KBS, 다음카카오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근거다.

정치권에서 국정원의 해킹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자, 국정원은 지난 17일 국회 정보위에 ‘국정원의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국회 정보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관련 업무를 담당한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료가 외부로 공개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여진다. 임씨는 유서에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적었다.

국정원은 임씨가 대학교에서 전산학과를 전공하고, 국정원에 입사 후 20년간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만 일했다고 설명했다. 저장된 자료를 지웠다고 해도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임씨가 자료를 삭제한 것에 대해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임씨가 4일 간 잠도 안자고 일을 하면서 공황상태에 빠져 착각을 한 것 같다”고 국정원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이 의원은 “(임씨가) 국정원 해킹이 정치적 논란이 되고, 국회 정보위가 현장 방문을 온다고 하니 대테러 담당 직원들이 노출돼서는 안 된다는 걱정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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