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 "내국인, 선거 사찰 없었다"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남긴 유서

【 용인=장충식 기자】 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는 내용의 담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가족들의 강력한 반대로 숨진 국정원 직원의 유서를 비공개 하기로 했지만, 사회적 논란을 고려해 사건 발생 하루만에 해킹과 관련된 내용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19일 오전 11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8일 숨진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씨(45)의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임씨의 유서는 차량 조수석에서 발견된 A4 용지 크기의 노트에 자필로 쓴 유서 3장으로, 각각 가족과 부모, 직장에 남기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공개된 유서에는 동료와 국민들에게 논란이 되어 죄송하다는 내용과 업무에 대한 욕심이 현재의 결과를 가져왔고, 내국인 및 선거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원장님, 차장님 국장님께'로 시작되는 유서에서 임씨는 "동료와 국민들께 큰 논란이 되게 되어 죄송합니다.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그리고 직원의 의무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 합니다"고 적었다.

이어 임씨는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습니다.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포함해서 모든 저의 행위는 우려사실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고 밝혔다.

임씨의 유서는 "저와 같이 일했던 동료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정원 직원이 본연의 업무에 수행함에 있어 한치의 주저함이나 회피함이 없도록 조직을 잘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며 끝났다.

임씨의 유서는 대부분 국정원이 받고 있는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해명과 업무적 고민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나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추정하고, 이날 오후 2시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부검에서 타살 정황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지만, 의심쩍은 부분이 발견되면 임씨의 통화내역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임씨는 지난 18일 낮 12시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 중턱에서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량 뒷자석에서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으며, 임씨는 운전석에 쓰러져 있었다.

임씨의 가족들은 임씨가 이날 오전 5시 집을 나간 뒤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않아 119에 신고했으며,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임씨를 발견했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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