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활동 업무내용 적힌 ‘425지논’ ‘시큐리티’ 파일
“조악하고 단편적, 정확성·진실성 확인할 방법 없어”
고법에 공 떠넘겨 유무죄 심리 ‘원점’…면죄부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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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지논’ ‘시큐리티’라는 이름의 두 파일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네이버 e메일 계정에서 발견됐다. 425지논 파일 안엔 4대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매일의 이슈 및 논지와 트위터 활동 업무에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큐리티 파일에는 심리전단 직원들의 이름 일부와 트위터 계정 269개, 활동 내역 등이 정리돼 있었다.
두 파일이 증거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심리전단의 활동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두 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정된 1심이 인정한 심리전단의 트위터 계정은 175개, 정치 관련 글 횟수는 11만3621회였다. 하지만 2심이 두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자 심리전단의 트위터 계정은 716개, 정치 관련 글 횟수는 27만4800회로 2배 이상 늘었다. 2심은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정해진 2012년 8월20일 이후 심리전단의 활동은 ‘선거운동’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두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문서(업무상 통상문서)’는 당연히 증거로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어떤 문서가 증거로 쓰이려면 그 문서의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내가 문서를 작성한 게 맞다”고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진료일지·항해일지·금전출납부 같은 업무상 통상문서는 작성자가 작성 사실을 부인해도 증거로 인정된다. 문서가 발견된 e메일 계정의 주인인 국정원 직원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는 425지논 파일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했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대법원은 “425지논 파일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출처를 알기도 어려운 매우 단편적이고 조악한 형태의 언론기사 일부분과 트윗글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시큐리티 파일의 내용 중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트위터 계정은 정보의 근원, 기재 경위와 내용이 불분명하고 내용의 정확성, 진실성을 확인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원 전 원장 등의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판단을 미룬 것은 핵심 증거 일부가 제외돼 국정원이 펼친 ‘사이버 활동’의 범위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두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증거들, 혹은 새로 제출되는 증거를 갖고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의 유무죄를 처음부터 다시 다투게 됐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렸던 부분에 사실상 1심의 손을 들어줬으므로 무죄 취지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2심이 인정한 증거의 일부를 배제해야 한다고 보긴 했지만 나머지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으므로 2심이 내린 유죄 취지의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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