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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법률심만 다루겠다"…유무죄 판단 미룬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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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정하는 하급심 역할 않겠다는 뜻…책임 회피 비판도

연합뉴스

'대선개입 혐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최종심 선고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상고심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대법원은 16일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원심의 사실관계 확정에 오류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의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원심이 해야 할 사실관계 판단을 대법원이 대신 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 범위에 관한 사실인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법률심인 상고심으로서는 이런 활동이 정치관여 행위 및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를 따진 원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며 "원심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는 데 그친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이 최근 들어 부쩍 강조하는 '법률심 강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심은 1심이나 2심 같은 하급심에서 사건 관련 증거들을 확인해 그 진실성을 따지고 관련자들을 법정에 세워 그 진술을 통해 사실관계를 따지는 심리를 말한다.

형사 재판은 특히 이런 사실심이 제대로 이뤄져야 확정된 사실을 토대로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처럼 이런 사실심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순전히 원심이 정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원심의 법리 해석과 적용이 맞는지를 따지는 '법률심'만 담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과거 판례에서는 사실상 사실심과 법률심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원심이 정한 사실관계에 해석을 가해 유무죄 판단을 하고 유죄 또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법률심을 담당하는 상고심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심을 충실화하고 대법원은 법률심·정책심 역할만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런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판단을 아예 유보한 것을 두고 비판적인 시선도 나온다.

원 전 원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와 주심인 민일영 대법관이 올해 9월 퇴임하는 상황을 고려해 선고를 서두르면서도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판단이 몰고올 상당한 파장과 부담을 피해가는 쪽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야당은 즉각 "재판부의 책임회피"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대법원이 유무죄 판단을 유보함에 따라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대선이 치러진 지 2년7개월이 지나도록 진행형으로 남게 됐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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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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