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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위크엔드]"캠핑은 가족을, 사람을 존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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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7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문정태 기자]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말 그대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학창시절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는 달리 사회에서는 조직이며, 얽혀 있고, 또 가끔은 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녹녹치 않다. 사람이 사회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나는 곳…. (2011년 3월31일 <봉달이 & 루라의 캠핑 이야기> 블로그)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봉호 팀장은 캠핑 전문 블로그를 운영중인 파워 블로거다. "캠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저를 모른다는 건 간첩일 가능성이 큽니다"라는 우스갯말을 자연스레 할 정도로 캠핑 계에서 유명 인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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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팀장의 블로그에는 하루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다. 그가 남기는 글은 어지간한 기자의 기사 못지않게 영향력이 크다. 댓글 수가 100개는 기본. 어떨 때에는 200개가 넘게 달리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캠핑장이나 캠핑 관련 물품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해와 곤란할 때가 잦다고.

"요즘에는 와이프가 심각하게 하소연을 합니다. 처음에 몇몇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좋았는데, 캠핑을 가서 모르는 사람들이 불쑥불쑥 말을 걸어오는 일이 잦아지니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네요."

이런 그에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왕초보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이해관계로 점철된 사회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동시에 떠오른 단어가 `캠핑`이었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했던 추억에 기대 무작정 떠났다.

"2007년 10월 말이었습니다. 산속의 밤은 추울 거라고 짐작을 했지만, 그토록 추울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어요. 텐트는 대학교 다닐 때 쓰던 것이었고, 군용 솜 침낭 1개와 오리털 침낭(냄새는 닭털), 이불과 깔판, 의자, 식탁보가 다였죠. 밤새 추위에 떨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어찌나 밤이 길던지.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상쾌함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 이후로 캠핑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다음부터는 `제대로` 준비해서 캠핑의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콜맨, 코베아, 스노우피크, 코스트코 방수포, 7번 국도…. 그렇게 3개월 동안 새벽 3~4시까지 잠을 아껴가며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장비도 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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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건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어느 순간 장비질만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자잘한 소품을 사는 것에서 시작해 유명 브랜드에 집착을 하더니 희귀아이템에 눈길이 옮겨 가더군요. 불현듯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심을 되찾기로 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캠핑의 진짜 매력이라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에는 캠핑장, 캠핑장비, 캠퍼(캠핑하는 사람) 등 캠핑에 대한 소소한 일상과 느낌을 국문학도 출신답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냈다. 글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글이 아주 좋다`며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글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소통과 기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칭찬을 받든 비판을 받든 이 모든 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거죠. 서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시선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가 캠핑광으로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생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캠핑 덕에 아이들과 추억을 쌓는 것은 물론 아내와 얘기를 나누고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공통의 거리가 생겼다. 더 열심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에너지도 충천할 수 있게 됐다.

이봉호 팀장의 블로그에는 이런 글귀가 담겨 있다.

제게 있어 캠핑은 릴렉스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 사회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 참여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 또 다른 전쟁터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우리가족을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분의 그 소중한 생활도 존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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