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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증거조작' 국정원 김 과장, 형 가중…이인철 영사는 선고유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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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협조자들도 모두 형 가중…이 처장·권 과장 등도 모두 감형

모해증거위조 등 일부 무죄…"공문서에는 해당하지만 증거는 아니다"

혈구지도 인용하면서 엄중경고…"잘못된 대공수사 관행 바로잡아야"

뉴스1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내실.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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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5)씨에 대한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 소속 김모(49·구속기소) 과장이 항소심에서 형을 가중받았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모해증거위조' 혐의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권모(51·4급) 과장, 이인철(49) 주선양총영사관 영사 등은 선고를 유예받았고 조선족 협조자들의 형만 가중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20일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과장과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 소속 이모(55·3급) 처장에 대해 각각 징역 2년6월, 징역 1년6월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4년, 벌금 1000만원 등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권 과장, 이 영사 등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7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나 국정원 협조자 김모(62)씨와 또다른 조선족 협조자 김모(61)씨에게는 각각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월을 선고해 형을 가중했다.

김 과장을 제외한 나머지 국정원 직원 등에 대해 형이 감형된 것은 주된 혐의인 모해증거위조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즉 이들이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일부 서류에 대해서 '공문서'에는 해당된다고 볼 수 있어도 형사소송법상 '증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재판부는 "문제의 서류는 이 영사가 공무의 일환으로 작성했지만 유씨를 수사한 수사팀의 지휘에 따라 출입경기록 등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공문'이라는) 명칭에 관계 없이 진술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상 이 서류가 법정에 제출된다면 이 영사가 법정에 나와 진술을 해야만 신빙성이나 증거능력을 따질 수 있을 뿐이고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했다면 비로소 위증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법리가 적합한지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영사가 작성한 문서가 허위공문서라는 점은 인정해 이를 작성한 이 영사, 이 처장 등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는 인정했다.

또 1심에서는 인정됐던 이 처장과 협조자 김씨의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처장이 김씨와 범죄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처장이 파악한 전체적 정황은 김씨가 제공한 정보에 불과하며 김씨의 조작 행위에 의해 사태를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권 과장의 일부 개입 혐의에 대해 공범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 역시 유지했다.

이같은 판단 하에 재판부는 김 과장에 대해서는 "국정원 수사관으로서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와 증거수집을 해야 할 책무가 있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형을 가중했다.

또 "위조된 증거로라도 밀입국 사실을 증명하는 등 공을 세워보고자 하는 잘못된 공명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그런데 김 과장은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 유씨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행동을 한 바도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처장, 이 영사, 권 과장 등에 대해서는 "잘못된 관행의 시정을 위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길밖에 다른 수단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벌금형, 선고유예 등으로 형을 낮췄다.

다만 두 명의 조선족 협조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형사적 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한 행위로 죄질 자체는 극히 불량하다"며 모두 형을 가중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국정원의 관행이었다"는 권 과장 등 주장에 대해 "오히려 대공수사의 관행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라면서 엄히 경고하기도 했다.

즉 "결과적으로 재외공관 공문서의 신뢰에 대한 나쁜 영향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시정돼야 할 잘못된 관행"이라며 "과오를 일깨우고 시정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재판부는 "위에서 하는 나쁜 짓을 아래에 사용하지 말 것이며 아래에서 하는 나쁜 짓을 위에 사용하지 말 것이다"로 시작하는 대학의 혈구지도 편을 인용하면서 "김 과장 등의 손에 심판돼 오던 사람도 같이 심판될 수도 있다는 도의가 구현되는 것이야말로 자유 대한민국을 목숨 바쳐 지켜야 할 이유가 된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선고에 대해 유씨 측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는 "모해증거위조에 대한 법리는 수긍하지만 형량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니냐"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과장과 협조자 김씨는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연루된 이들 가운데 처음으로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사무소) 명의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일사적답복)', 범죄신고서의 일종인 '거보재료' 등을 위조한 혐의로 지난해 3월31일 구속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같은해 4월14일 '증거조작' 사건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처장과 이 영사를 불구속기소했다.

자살기도 후 건강상태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시한부 기소중지됐던 권 과장도 지난해 7월 기소돼 함께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또 지난 2013년 10월 중순 중국 허룽시 공안국 출입경관리과 명의로 2013년 9월26일자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또다른 조선족 협조자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김 과장에게 징역 2년6월, 이 처장에게 징역 1년6월 등을 선고했다. 권 과장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이인철 영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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