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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뒤끝뉴스] 이종걸, '초선' 권은희에 비서실장 맡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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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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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끝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원내대표에 오른 이종걸 대표가 지난주 ‘초선’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을 비서실장에 ‘깜짝’ 발탁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화제입니다. 초선의 여성의원에게 비서실장을 맡기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데다 수도권 4선의원인 이 대표와 광주에 지역구를 둔 권 의원이 별 인연이나 공통 분모가 없기 때문인데요.

이 원내대표는 대표 경선이 끝나자마자 권 의원에게 비서실장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지난주 초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종걸 대표는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으로 돌아가 정의롭게 정치를 해보고 싶다. 권 의원과 함께 그 정치를 했으면 한다”며 비서실장을 맡아달라 재차 요청했습니다. 권 의원은 이 자리서 열심히 해보겠다며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자신이 15년 전 국회의원을 시작할 때만 해도(이 대표는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문했음)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으로 개혁적이고 진보적 성향의 변호사였지만, 정치인 생활을 15년 가까이 하면서 정의로움이나 공정함에 있어 많이 무뎌졌다고 ‘고백’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원내대표는 왜 권은희 의원에게 이런 말을 했을까요. 사실 두 사람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인연은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당시로 거슬러올라갑니다. 2012년 12월 12일 이종걸 의원을 비롯한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은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국정원 여직원이 김모씨가 머물던 역삼동 오피스텔 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 의원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김씨에게 문을 열 것을 설득했고 결국 김씨는 문을 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원내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는 현장의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고 국정원 직원을 설득해 문을 열게 하는 모습을 보고 강단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한국일보

지난해 7월 15일 오후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서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구(을) 권은희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권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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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내대표는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권 의원은 이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이 된 상태입니다. 게다가 권 의원은 올해 1월 대법원이 2012년 12월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축소시켜 대선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씨에 대해 무죄를 확정하면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생긴 인연인 셈인데요.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7.30 재보선 당시 권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받았을 때도 광주에 찾아가 응원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권 의원이 국회 입성한 이후에도 시시때때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며 격려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종걸 대표가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며 권 의원을 응원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사실 당에서 권 의원은 ‘섬’ 같은 존재다. 지역에서도 그렇고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그러나 분명 남들이 하기 어려운 용기를 내고, 잘못된 점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애썼다. 그런 점이 이 대표 본인의 옛 모습과 흡사하다 생각했고 도움이 되고 싶어했다”고 말했는데요. 이 측근은 또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의나 상임위 활동 등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 한다는 여론도 있고, 강남 지역 경찰서 과장을 하며 기자들이나 외부 인사들을 많이 접하고 어떻게 대하는 지에 대한 요령도 충분하다는 얘기를 듣고 실력도 충분하구나 하는 판단에서 (비서실장을) 제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늘 진심으로 대해주고 응원해 주는 모습에 고마워하고 있다”며 “2년 차 초선 의원에게 비서실장은 좋은 기회로 보고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이 대표의 남모른 고민도 권 의원 깜짝 발탁의 또 다른 이유가 됐다고 합니다. 이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당 안팎에서 이 대표 당선에 자신이 공을 세웠다며 ‘자리’를 약속 받은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는 인사들이 생기면서 당 인선이 상당히 복잡하게 꼬이고 본의 아니게 오해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권 의원은 계파도 라인도 없는 완전히 새 얼굴이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한편 ‘이종걸 원내대표-권은희 비서실장’ 체제가 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당 대표-김현미 비서실장과 함께 ‘남자 대표- 여자 비서실장’의 이례적인 라인업을 갖게 됐네요. 두 ‘짝’이 위기에 빠진 당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 지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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