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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작년 제2금융권 안심대출 … 단 10건 신청 '실패의 쓴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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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금리 인하 부담 안 지려 해

성공시키려면 정부가 다 책임져야

“성실 채무 상환자에 추가 인센티브”

34.9% 대부업 최고 금리 인하 검토

경기도 안산시의 신모(55)씨는 3년 전 자신의 연립주택을 담보로 7000만원을 상호금융사에서 대출받았다. 얼마 전 금리가 더 싼 정책 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려 했지만 곧 포기했다. 원금 2500만원가량을 먼저 갚아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서다. 그간 집값이 많이 떨어진 데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때 80%를 적용받았던 담보인정비율(LTV)을 보금자리론 기준인 70%에 맞추려니 벌어진 일이다. 신씨는 “이자만 갚기도 빠듯한데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려면 이자와 함께 원금까지 갚아 나가야 한다고 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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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광풍’을 몰고 온 2.6%대 주택담보대출인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오늘로 끝난다. 그러나 후폭풍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갈아타기’ 대상에서 소외된 제2금융권 대출자와 저소득·저신용자의 불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완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서민금융 종합대책’을 이달 내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려면 안심전환대출만큼의 ‘당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은행과 달리 서민금융 부문은 금융회사도, 고객도 이를 감당할 여력이 별로 없다.

제2금융권에도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금융당국이 고개를 젓고 있는 이유다. 여기엔 ‘트라우마’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제2금융권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안심전환대출과 유사한 상품을 내놓았다. ‘구조전환 보금자리론’이 그것이다. 고금리 변동금리·일시 상환 대출을 금리가 그보다 낮은 고정금리·원금분할 상환으로 바꿔주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1000억원을 한도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그간 실적은 10건 9억9000만원에 그쳤다. 무엇보다 제 2금융권 업체들이 이 상품을 취급하길 꺼렸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제2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연체율도 높아 금리를 충분히 낮추기 위해선 금융사들이 부담해야 할 몫도 커진다”며 “하지만 고객을 내주고 손해까지 보려는 곳이 없었고, 이들을 설득할 뚜렷한 유인책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취급한 곳도 대출자의 호응이 없었다. 결국 ‘제2금융판 안심전환대출’을 흥행시키자면 금리를 더 낮추고, 부담도 사실상 정부가 모두 져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서민금융 대책에서 방점을 찍는 건 그나마 집이라도 한 채 가진 대출자보다 더 어려운 취약계층이다. 햇살론·미소금융·바꿔드림론 등을 개편하고 한도도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밑 빠진 독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게 과제다. 바꿔드림론이 대표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대부업체·캐피털사 등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은행의 8~10%대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상품이었다. 시작은 괜찮았다. 이자 부담이 낮아진 만큼 대출자들은 돈을 잘 갚았고, 2009년 연체율은 1.5%에 그쳤다. 그러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연체율은 급등했다. 지난해 8월 연체율은 21.8%, 연체액은 4782억원에 달했다. 연체채권 회수율은 거꾸로 2009년 33.2%에서 지난해 1.3%로 떨어졌다. 결국 기금 고갈을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몰렸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연구위원은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원리금을 100% 보증해주니 금융회사들의 심사와 관리가 허술해졌고,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나타났다”며 “서민금융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무작정 금리를 낮추는 것보다 고객이나 금융사의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2일 금융위는 종합대책과 관련해 “성실한 채무 상환자에게 인센티브를 더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또 34.9%의 대부업 법정 최고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민근·심새롬 기자 jming@joongang.co.kr

조민근.심새롬 기자 jming@joongang.co.kr

▶조민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sak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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