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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다주택자·월세소득자 `안심대출 새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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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6일 오전 청라국제도시자유구역 부근에 위치한 인천 서구 연희동의 우리은행 청라지점. 아들 대신 안심전환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은행에 들렀다는 김 모씨(63)는 자신을 임대업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들이 지난해 3억원짜리 아파트를 신규 분양받아 월 70만원가량 이자만 내고 있는데 안심전환대출로 바꾸면 한 달에 15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며 "아들이 내기엔 부담스러운 액수이기 때문에 임대료 수입으로 아들 대신 원금과 이자를 내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아내와 함께 전북은행 송도지점을 찾은 사업가 최 모씨(65)도 "담보로 잡은 아파트에서 월세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월 130만원가량의 원리금을 내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세입자에게 증빙서류를 받아야 된다고 해서 다시 은행에 들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2%대 저금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안심전환대출 취급 은행 지점들은 판매 사흘째인 26일에도 밀려드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안심전환대출은 시간당 4400억원 정도 팔리면서 오후 6시 기준 누적 11만3086건 12조3678억원어치를 기록했다. 이 속도라면 다음주 초에는 연간 한도 20조원을 넘길 태세다. 당분간 추가 판매가 없을 것이라는 금융당국 입장이 전해지면서 이날 오후 늦은 시간까지 은행에는 고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수십만 원의 이자를 매달 부담하면서 주택 빚을 유지하던 사람들이 저렴한 금리를 무기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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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천 청라나 송도, 광교신도시처럼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의 경우 월세 소득자처럼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이 대거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는 등 안심전환대출의 취지와 맞지 않는 이들이 대거 몰리는 부작용이 빚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매일경제신문이 24~25일 이틀간 안심전환대출 신청건수 상위권 은행들을 집계해 본 결과 신한은행 인천 검단지점(3위)·송도 센트럴파크지점(5위), KB국민은행 검단지점(5위)·광주 수완지점(8위) 등 신도시가 주종을 이뤘다. 최근 아파트 분양이 활발했던 지역에서 갈아탄 사람들이 많은 셈이다. 서울의 경우 고척사거리, 발산동, 오류동, 상도동 등 주택가가 많은 지역으로 고객들이 주로 몰렸다.

안심전환대출 광풍 여파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직원 수가 서너 명에 불과한 은행 지점은 소비자를 다른 큰 지점으로 돌려보내면서 고객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일부 고객은 안내에 따라 다른 은행 창구를 찾았지만 "과거 대출 집행 지점으로 가라"며 사실상 신청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A은행 수원 영통지점에서는 직원이 "다른 지점 대출 고객은 여기서 상담이 안 된다"며 막아섰다. 고객들은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반발하자, 창구 직원은 "그렇게 처리하라고 위에서 지시받았다"고 답하면서 서로 실랑이를 벌였다.

국민적 관심을 악용해 대출사기를 시도한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출사기범은 지난 24일 한 은행 관계자를 사칭해 "안심전환대출 예약을 해주겠다"며 신분증사본·통장 사용 내역서 등 관련 서류를 보내 달라고 한 소비자에게 요청했다. 피해 사례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및 대출 관련 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정보·통장이나 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금전 피해 발생 시 금융사 콜센터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피해 환급금 반환을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취재기자를 '불법 대부업자'로 알고 피하는 금융소비자들도 있었다. 기자가 "안심전환대출 받으셨나요"라고 물으면 "대출 안 받아요"라며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식이었다.

[인천 = 정지성 기자 / 수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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