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해 마련한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3일 만에 12조원(누적)을 돌파하면서 20조원 전액 조기 소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 안심전환대출 전체 한도(20조원) 중 남은 자금은 10조원도 안 돼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모두 소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당초 안심전환대출 한도를 비현실적으로 낮게 설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위원회는 16개 은행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2.6%대 안심전환대출 신청실적이 출시 3일 만에 12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치 안심전환대출 실적은 4조원 이상이었다.
안심전환대출 출시 첫날인 24일에는 하루 동안에만 신청실적이 4조9139억원(4만1247건)을 기록했다.
이틀째인 25일에도 은행 창구에 안심전환대출을 하려는 고객이 몰려 누적 기준으로 9조163억원(8만140건)을 기록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지난 24일 출시 이후 시간당 3000억원가량, 하루에 약 4조원씩 소진되고 있는 셈.
이런 추세라면 안심전환대출은 전체한도 20조원이 전액 소진되기까지 이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가량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27일이나 30일에 안심전환대출 전액이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7일은 금요일인 데다 조기 소진을 우려해 전환대출자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안심전환대출 진행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면서 "지금 속도라면 안심전환대출이 1∼2일 사이에 전액 소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안심전환대출 전액이 조기 소진될 상황에 놓이면서 정부의 한도 설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안심전환대출 전체 한도 20조원 범위에서 월 한도가 5조원을 넘지 않도록 설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월 한도 5조원은 이틀 만에 무너졌다. 정부는 뒤늦게 월 한도 5억원을 해제하는 동시에 전체 한도 증액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당국 측도 "안심전환대출 출시 2∼3일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예상보다 하루 1조원 이상 많은 대출수요가 발생했다"고 예상 밖 전환대출 증가를 인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전에 안심전환대출 수요조사와 한도 설계를 정확히 했다면 현재와 같은 조기 소진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1차 안심전환대출 전액 소진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2차 안심전환대출을 추진하더라도 소비자는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심전환대출은 전환한 대출을 시장에서 주택저당증권(MBS)으로 전환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 20조원 상당의 채권을 시장에서 소화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심전환대출을 추가 시행하기 위해서는 주택금융공사 자본금 증액도 수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이 불가피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