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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연합시론> 안심대출, 인기만큼 대상도 세심하게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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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려고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이틀째인 25일까지 9조원 넘게 나갔다. 정부가 3월 한도로 설정한 5조원이 첫날인 24일 거의 소진된 데 이어 추가로 투입한 4월분마저 거의 다 쓰였다.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의 연간 한도로 설정한 20조원의 절반 가까운 금액이 이틀 만에 소진된 것이다. 26일엔 5월분까지 앞당겨 투입됐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한도가 곧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창구에는 안심전환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상담이 폐점시간을 넘겨서도 이뤄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날로 미뤄지기도 했을 정도라고 한다.

안심전환대출은 현재 변동금리를 적용받거나,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을 연 2.6%대의 낮은 고정금리 장기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3.5%대인 것을 고려하면 큰 차이다. 원금도 매달 분할상환해야 하는 것이 개인 사정에 따라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워낙 낮은 금리가 대출자 입장에서는 큰 매력이다. 정부는 단기·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위주의 주택담보대출이 안심전환대출로 바뀌면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금상환 없이 변동금리로 이자만 내다 만기에 일시상환하는 식의 대출은 집값 하락이나 금리 변동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 보다는 낮은 고정금리로 소액이라도 꾸준히 빚을 갚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안심전환대출은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안심전환대출이 반가운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대출이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고정금리 대출자나 2금융권 대출자 등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실, 정부가 지금까지 고정금리 분할상환을 권장해온 것을 생각하면 기존의 고정금리 대출자는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고정금리는 이번에 나온 안심전환대출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바꿔 타고 싶은 게 당연한 심정일 텐데 이것이 안 된다고 하니 불만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정책을 잘 따른 사람이 오히려 혜택을 못 보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2금융권 대출자의 경우는 어떤 면에서는 정부가 은행 주택담보 대출자보다 더 사정을 고려했어야 할 대상이다. 은행 대출보다 금리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려면 2금융권 대출자를 살피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 연간 한도인 20조원이 출시 며칠 만에 다 소진될 것으로 보여 정책이 바뀐다 해도 이번에 소외된 대출자들에게 당장 혜택이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 같은 상품을 추가로 내놓거나 별도의 대책을 시행할 때 이번처럼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보다 세심하게 정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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