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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인기 폭발 '안심대출' 불만도 쇄도…금융당국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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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이틀 만에 7만1000여건 8조1064억 소진

안심전환대출을 둘러싸고 각종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신청이 폭주하면서 이틀도 되지 않아 이미 두 달 배정한도가 거의 꽉 찼다. 시중은행 창구에서는 제2금융권 대출자에게도 안심전환대출을 확대해달라거나, 이참에 은행권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을 대폭 확충하고 2금융권대출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재원 확충 문제가 녹록지 않고 대상 확대도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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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6%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출시 첫날인 24일 대출을 신청하려는 고객들이 개장도 하지 않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영업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출시 둘째 날…대출 계속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6시 현재 안심전환대출 승인건수는 2만9792건, 승인액은 3조1925억원이다. 전날 승인분까지 합치면 승인건수와 금액은 각각 7만1039건, 8조1064억원에 달한다. 이날 시중은행 창구에는 첫날보다 속도가 줄긴 했지만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기 위한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위는 3월치 5조원이 이날 오전 모두 소진되면서 4월치 5조원을 당겨 집행하고 있다. 4월 배정액도 다 팔리면 5, 6월치도 쏟아부을 계획이다. 내달 중 연간 한도액 20조원이 모두 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는 20조원이 모두 대출될 경우 한도 증액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환대출 수요, 정부 재정지원, 한은 추가 출자 여력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증액을 한다 해도 일정상 2차 신청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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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 확대 요구에 고심

출시 첫날부터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주요 불만으로는 제2금융권 대출이 전환 대상에서 빠진 점과 집값 하락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재산정 후 대출가능액이 줄어들 경우 이 차액을 갚아야 안심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금융위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기존 대출자들도 안심전환대출을 받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상호금융권과 회의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제2금융권 대출자들이 원리금 균등상환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대출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TV 재산정으로 인한 대출 일부 상환과 관련해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이 아닌 채무조정 적격대출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채무조정 적격대출은 2013년 출시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상품으로, LTV 재산정 없이 기존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여야 하고, 부부 기준 1주택자이면서 부부합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여야 이용이 가능하다. 안심전환대출처럼 고정금리지만 3월19일 현재 금리는 연 3.01(10년 만기)∼3.96%(30년 만기)로 안심대출보다는 높은 편이다. 3억원까지 대출 전환이 가능하다. 1년이 지난 대출을 같은 은행에서 적격대출로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된다.

◆은행권은 추가 금리인하 부담

안심전환대출의 폭발적인 반응에 은행들은 좌불안석이다. 이번 대출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신규대출금리도 추가로 깎아줘야 할 처지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금리가 연 3.5%대인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2.6%대 대출로 바뀌면서 이자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고, 중도상환수수료도 받을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인한 은행권 손실이 1400억∼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상당수 고객들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차환대출을 포함한 신규대출을 미루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안심대출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대출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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