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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안심전환대출’ 첫날 3조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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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2만6천여명 대출 갈아타

요건 미달자들 불만 터트리기도

3월치 2~3일내 소진 가능성

금융위, 다음달분 조기 공급키로


24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케이비(KB)국민은행 본점의 ‘안심전환대출’ 전담창구에선 ‘딩동’ 소리가 연신 울렸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들른 직장인들이 대기순번표를 손에 쥐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담을 받으려면 1명당 최소한 20분가량은 기다려야 했다. 직장인 신아무개씨는 “안심전환대출이 20조원 한도라 서둘러야 한다고 해서 출시 첫날에 들렀다”고 말했다.

은행 16곳은 이날 전국 각 지점에서 연 2.5~2.6%대의 금리가 적용되는 안심전환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이거나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자들이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타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전환대출용 상품이다. 각 은행의 영업지점들에선 문을 열자마자 대출 전환 수요자가 몰려, 출시 5시간 만인 오후 2시까지 승인액이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한정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의 ‘조기 완판’에 대한 불안감이 이런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은행권은 분석했다.

안심전환대출로 즉시 전환한 대출자들은 당장 원금상환 부담이 늘더라도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직장인 박아무개(40)씨는 “5년간 연 3.5% 금리가 적용된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30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고 있었는데 상담을 받은 뒤 2.65% 고정금리로 전환했다. 아직 거치기간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이자만 달마다 30만~40만원 내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자 부담이 24만~25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종원(44)씨도 “20년 만기 연 3.2% 변동금리로 1억 대출을 받았는데 15년 만기 연 2.65%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탔다. 종전에도 원금을 갚아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의 총액은 비슷할 것 같지만, 같은 돈으로 상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돼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환 요건이 안 되는 이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직장인 박아무개(37)씨는 “아침 일찍 농협은행 들렀다가 대상이 안 된다고 해서 답답한 마음에 다른 은행도 알아보고 있다. 지역농협(제2금융권)에서 1억1000만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연 4.5%라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2금융권은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 안심전환대출이 신용등급이 낮아서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을 위한 대책은 아닌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전환대출은 원금상환을 바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상환 여력이 없는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은행 대출을 받았지만 정부가 정한 고정금리 기준에 따라, 대출전환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대출자 ㄱ씨는 “2012년에 5년 고정금리 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이미 고정금리 상품에 가입돼 있다며 안심전환대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 최종 집계 결과 2만6877건의 안심전환대출 승인이 이뤄졌고, 승인액은 3조3036억원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달치 공급분인 5조원이 2~3일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새달 공급할 예정이었던 5조원을 앞당겨 시장에 풀어 안심전환대출 수요에 맞출 방침이다. 전환 속도가 예상외로 빠르게 나타나자 연간 한도인 20조원이 4월 중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4월 배정액뿐만 아니라 조만간 5월, 6월 배정액도 조기 투입이 불가피하다. 금융위는 20조원 한도가 차면 시장 효과, 개선점 등에 대해 평가를 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다.

김정필 김수헌 이재욱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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