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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기술유출 비상①]세계적 표적된 국내 기업들…직간접 피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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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편집자 주: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계 각국의 첨단 기술유출시도가 매년 증가하면서 업체들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막대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실태와 대책을 4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53건 적발돼
연평균 피해 50조규모…국부유출 피해 심각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전쟁시대에 자국의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해 합법·비합법을 불문하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별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기업의 기술 역시 세계 각국의 표적이 된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우리 기술을 빼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빼돌리려는 시도 역시 아주 다양하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정부당국은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253건의 국내기술 불법 유출 등 경제방첩 침해사건을 적발했다.

해당 기술들이 모두 외국 경쟁업체로 유출돼 동종·유사제품 생산에 활용됐다면 이로 인한 수출 감소와 제품가격 하락 등으로 연평균 약 50조원에 상당하는 국부유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첨단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중국·대만 등 주변 기술경쟁국으로의 유출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주로 고액 연봉 등 금전적인 보상을 미끼로 핵심 연구인력이나 임원급을 대상으로 인력유출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협력·용역업체를 활용한 기술유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유출대상 기술은 전기전자 84건(33%), 기계 75건(30%), 정보통신 27건(11%), 화학 13건(5%), 생명공학 8건(3%), 기타 46건(18%) 순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와 기계 분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 국제경쟁력이 뛰어난 분야에서 주로 기술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출범 신분별로는 전직 직원이 127건(61%), 현직 직원이 41건(20%), 협력업체가 20건(10%), 유치과학자가 3건, 투자업체가 1건이었다. 전·현직 직원 관련사건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피해업체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170건(67%), 대기업이 45건(18%), 대학·연구소 등 기타가 38건(15%) 순이었다. 중소기업에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유출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들은 그동안의 기술유출 사례를 교훈으로 꾸준히 보안 투자를 해오고 있는 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기술보호에 대한 투자여력이 없는데다 당장의 영업실적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산업스파이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면서 단기간 내에 첨단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가 개발 중인 원천기술을 불법으로 유출해 제품을 생산할 경우 원천기술 보유기업에 비해 연구비 회수가 필요 없이 생산이윤만 남기면 되기 때문에 가격을 대폭 낮춰 공급함으로써 시장을 조기에 잠식할 수 있다.

또 동종분야 경쟁기업의 세계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견제하는 차원에서 경쟁업체 기술개발 동향을 수집하고 핵심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을 빼내 외국기업에 넘기는 노동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게 국정원의 지적이다.

일확천금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탕주의 풍조가 성행하면서 기술유출 사건의 75%가 금전적 유혹에 의한 유출이란 것이다.

또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등에 의한 이직이 보편화되고 근무조건·자녀 교육 등을 위해 국외나 대도시 근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평생직장이라는 의식이 사라진 점도 기술유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상당수의 우수 연구원들은 외국기업에서 고액 연봉이나 승진 보장 등을 조건으로 이직을 제의해 올 경우 유혹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기술유출을 기도하다 적발됐을 때의 처벌 강도보다 기술유출로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이 큰 제도적 맹점 역시 기술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적발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고액 연봉·승진·자녀 교육 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반면 적발됐을 경우 받게 되는 처벌은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규모에 비해 단기징역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13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2003년 29.7%이던 기술유출 범죄 기소율은 2012년 12.8%로 오히려 떨어졌다. 이는 2012년 기준 전체 범죄의 기소율 중 40.1%에 비해서도 3분의 1수준이다. 특히 검찰의 '혐의 없음' 결정 비율은 37.6%로 일반사건(15.36%)의 2배 이상이었다.

국정원은 "이처럼 처벌수위가 낮은 이유는 아직까지 기술유출 범죄를 생계형 범죄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적발 당시 범행이 미수에 그쳐 이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살인·강도·절도 등 범죄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또는 기업·국가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국적 범죄에 대한 것으로는 너무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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