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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11개월 쪼개기 계약’ 여전히 서러운 서울대 셔틀버스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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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21명 무기직 전환 요구

정문 앞선 “부당해고” 1인시위도

정진석씨(41)는 2012년 9월 서울대 셔틀버스 기사가 됐다. 버스 운전대를 잡은 지 2년이 넘었지만 그는 아직 기간제 노동자다. 11개월 일하고 1개월 쉰 뒤 다시 11개월 일하는 ‘쪼개기 계약’만 3차례 맺었다. 기간제 노동자는 한 사업장에서 2년 연속 근무해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정씨는 지난해 10월까지 2평 남짓한 컨테이너박스에서 동료 기간제 기사 20여명과 함께 근무했다. 당직 다음날 아침에는 정규직 기사들이 쓰는 사무실 청소와 이불 정리를 했다.

기간제 기사 사무실이 생기면서 이런 관행은 없어졌지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서울대 셔틀버스 기사 31명 중 21명이 정씨 같은 기간제 기사다.

기간제 기사들은 월급이 아닌 일당을 받는다. 지난달까지 하루 5만2580원을 받았고 3월부터 6만4150원을 받는다. 일당은 올랐지만 시간외수당이 줄어 월 수입은 150만원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상여금은 정규직에만 주어진다. 하루 1장 나오던 5000원짜리 식권도 얼마 전부터 끊겼다. 연차 휴가는 눈치가 보여 쓰기 어렵고 병가도 ‘그림의 떡’이다.

학교는 이번 학기부터 ‘기간제 운전원 운영·관리 지침’을 도입했다. 인사관리에 반영되는 감점사유가 9개 생겼다. ‘학교 내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집회, 시위, 집단구호 제창, 연설 등 운전원을 선동하거나 소요를 획책했을 때’ 계약을 끝낼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노조 활동 중인 정씨는 당장 다음 계약이 불안하다. 같이 노조 활동을 했던 석봉규씨(45)는 지난달 재계약이 안돼 해고자 신세가 됐다. 석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열흘째 학교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지만 학교는 아무 반응이 없다.

정씨가 소속된 ‘서울대 기간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직 전환과 상여금 및 식대 지급, 병가 인정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서울대 캠퍼스관리과 강석기 과장은 “예산이나 수요 문제가 있는데 기사들을 무조건 무기직으로 전환하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방학 기간에는 버스가 많이 다니지 않아 과거에는 3.5개월, 4개월씩 계약했다. 지금은 오히려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상여금·연차·병가 등에 대한 질문에는 “그건 모든 기간제가 다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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