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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선서 거부, 시대가 만든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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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했기 때문에 거부해…선서했다면 위증죄로 또 재판받았을 것"

'나는 왜 청문회 선서를 거부했는가' 김용판, 10일 오후 출판기념회

뉴스1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선서 거부는 시대가 만든 불행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애초 야권이 무리한 고발을 하지 않고 검찰이 냉정하게 판단했다면 재판은 처음부터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던 김용판(58)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일을 엮은 책 '나는 왜 청문회 선서를 거부했는가'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2013년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을 다룬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증인 선서를 거부해 '위증을 하려는 것이냐'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전청장은 "당시 내가 떳떳하지 못해 선서를 거부한 것이 결코 아니다"며 "오히려 당당했기 때문에, 아울러 나의 당당함을 야당 위원들이 전혀 믿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선서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내가 국회에서 선서를 하고 혐의를 부인했다면 그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야당은 검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허위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나를 고발했을 것"이라며 "나는 어쩔 수 없이 위증죄 혐의로 또 재판을 받아 두 번이나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김 전청장은 2012년 12월11일 국정원 여직원이 선거에 개입해 부당한 선거운동을 한다는 신고를 받았을 때부터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기까지 기억을 되짚어가며 곳곳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김 전 청장은 자신에게서 '외압'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던 권은희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의 일화를 자세히 기록했다.

그는 신고전화가 왔던 당일 권 전과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았는데 "조리있게 잘 설명해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다음날 차장, 부장단 등과의 티타임에서 (권 전과장을) 칭찬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여직원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해야한다는 권 전과장의 보고를 김모 당시 경찰청장(본청장)에게 알렸지만 김 청장이 반대 입장을 취했다"며 "이에 고생하는 과장에게 격려전화를 해준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대부분 사람은 내가 권 전과장에 전화를 걸어 온갖 압력을 넣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단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 일선서 과장에게 '수고 많다'며 '신중하되 당당하게 잘하라'고 격려전화를 했을 뿐"이라며 "이 격려전화가 권 전과장의 주장에 의해 '외압'으로 둔갑했으니 나는 그저 아연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책에는 김 전청장의 지난 23년의 경찰생활, 정의와 책무에 대한 개인의 생각 등도 담겼다.

김 전청장은 "나는 지금 정신적·육체적으로 너무나 지쳐 있지만 이렇게 책을 쓰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세상에 제대로 밝히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라는 소명의식 때문"이라고 머리말에서 책 출간 배경을 밝혔다.

한편 김 전청장은 10일 오후 6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참석자들과 만나 지난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같은 출판기념회는 오는 14일 대구 달서구 알리앙스 갈리비에홀에서도 열린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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