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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여당, 대사 피습 틈타 테러방지법·사드 밀어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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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종북세력에 의한 테러’ 규정

국정원 권한 비대화

동북아외교 파장 우려에도

공안·안보 숙원과제 강행 태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종북세력에 의한 테러’라고 규정해오던 새누리당이 9일 대테러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을 틈타, 그동안 논란이 돼온 공안·안보 관련 숙원사업들을 일제히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테러는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책이고 대한민국은 테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국회 계류중인 대테러 관련 법안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72명의 의원들과 함께 테러방지법안을 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테러방지법안’ 통과에 온힘을 쏟아부어 더 이상 제2의 리퍼트 대사와 같은 테러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테러 관련 법안은 2000년대 초반부터 수차례 발의됐으나, 국가정보원의 비대화와 공권력 오·남용, 민간인 사찰 우려 등의 이유로 제동이 걸려왔다. 이병석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핵심도 국가정보원장 아래에 테러통합대응센터를 두고, 테러를 할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해 금융, 통신 등의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란 식으로 규율 대상이 지나치게 모호해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원 댓글사건’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정원에 대한 개혁과 통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테러방지법은 정치적 반대자를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피습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통령과 여당이 테러로 규정짓고 ‘배후 수사’를 지시하는 것만 봐도 이 법이 왜 통과돼선 안 되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국정원이 테러라고 규정하면 단순한 폭행사건도 테러가 될 수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의 장악력은 커질 수밖에 없고, 민간인 사찰도 테러 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스스럼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누리당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 도입에 대해서도 이달 중 당 차원의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사드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북아 외교안보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집권 여당이 당론을 정하면 정부가 외교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겨냥한 ‘종북몰이’도 이어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소리’에 참석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과거 한-미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군사주권 포기’라고 한 대목을 거론하며 “문 대표 발언은 김기종이 테러를 일으키며 유인물을 통해 밝힌 반미종북의 기본적 이론과 거의 일치한다. 문 대표는 김기종처럼 생각한다”고 색깔론을 펼쳤다.

여당이 주한 미대사 피습 사건을 종북몰이로 끌고가며 일제히 공안·안보 관련 법안과 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박근혜 대통령 등 여권 지지율이 이번 피습 사건의 여파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달 재보선을 노리고 보수층 결집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그동안 총리 및 청와대 인사 문제, 연말정산 파동,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 등으로 수세에 몰려온 청와대와 여당이 이번 피습 사건을 여권 결집을 위한 호재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대테러 관련법, 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전선을 확대시켜 짧게는 4월 재보선과 길게는 내년 총선까지 종북몰이로 공안정국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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