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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문재인 "朴대통령, 국정원 대선개입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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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중 되레 나를 비방했다”

“사과 요구일 뿐”… ‘대선불복’ 경계

경남중·고 동창회 김무성과 조우

‘화합’ 강조하면서도 미묘한 신경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2심 판결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지난 대선 후보로서 당사자인 문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판결로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이 확인됐다”며 “이미 확인된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과 남북정상대화록 불법 유출 및 악용을 종합해 보면 국가기관들의 전방위적인 대선 개입이 확인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정부에서 저질러진 일이지만 박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중 국정원 대선 개입의 일단이 드러났을 때 ‘문재인 후보 측의 모략이고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유린’이라며 오히려 저를 비방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대선 불복’ 논란을 경계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진 만큼 이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표도 사과 요구에 앞서 “이 문제에 관해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조심스럽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남중·고 재경동창회 정기총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조우했다. 김, 문 대표는 경남중 1년 선후배다. 두 대표는 부산·경남(PK)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여야 잠룡이어서 이날 만남은 관심을 끌었다. 두 사람은 인사말을 통해 한 목소리로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 대표는 먼저 “문재인 후배께서 제1야당의 대통령후보에 이어 당 대표에 선출돼 마음이 흐뭇하다”며 “문 대표와 저는 대한민국호의 사공이 돼 지혜롭게 노를 저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와 같이 지혜롭게 해서 국민이 편안한 마음을 갖고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표는 “김무성 선배님과 함께 여야 당대표를 같은 학교출신이 맡게 된 것도 유례없는 일”이라며 “여야가 함께 상생하는 정치를 이루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동문들께서 김 대표에게 한 절반쯤 지지를 보내주시고, 나머지 절반은 새정치연합과 제게 지지를 보내줄 것을 부탁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행사전 문 대표는 김 대표에게 “뭐 하나 뉴스거리 좀 주시죠”라고 말을 건넸다. 김 대표는 “문 대표가 잘 좀 도와주이소”라며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협조를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1시간 20여분간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이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으나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행사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청문회는 차분히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고 먼저 말했더니 문 대표도 ’그렇게 보이더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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