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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원세훈 공판 빨간모자 부대 "이럴 거면 국정원 필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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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제공=뉴스1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진행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빨간 모자를 쓴 남성 수십여명이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수단체인 해병대구국결사대였다.

이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이 열리기 30여분 전인 오후 1시30분쯤부터 청사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15분 후 원 전원장이 도착하자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원 전원장 주위로 몰려들었다. 원 전원장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원 전원장은 흰색 셔츠에 하늘색 넥타이, 짙은 코트 차림으로 나타났다. 추운 날씨 탓인지 다소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재판이 열린 312호 법정. 선고 공판은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재판이 진행된 법정에는 어림잡아 100여명의 취재진과 방청객이 몰렸다. 미처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법정 옆과 뒤쪽에 서서 판결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재판장이 재판부의 판단 이유를 설명하는 데만 1시간30분이 소요됐다. 재판이 길어졌지만 원 전원장은 거의 자세를 고치지 않고 바른 자세로 판결 내용을 경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종명 국정원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1심과 달리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원 전원장은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이 대선개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전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선고됐다. 민 전국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6월이 선고됐다.

선고가 내려지자 법정 곳곳에서는 낮은 탄식이 들려왔다. 빨간 모자를 쓴 남성들은 표정을 찡그린 채 웅성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반면 안도의 숨을 내쉬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앞서 지난해 9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는 진보단체 회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인 것과 달리 이날은 충돌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판결 선고 후 법무법인 처음의 이동명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결과가) 실망스럽다"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심에서 무죄로 본 부분이 유죄로 판단돼 아쉽다"며 "의뢰인을 만나보고 상고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재판 후 원 전원장을 기다리던 해병대구국결사대원들은 청사 한켠에 모여 "결과를 보니 대한민국에 국정원이 있을 필요가 없겠더라"는 등의 말을 나누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은 원 전원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내 자리를 떴다.

한편 앞서 원 전원장은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동원해 야당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게 한 혐의로 2013년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아울러 국정원 내부 게시판에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을 게재해 수시로 인터넷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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