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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인터뷰]“연극은 재미있다” 연극 ‘멍키열전’ 나상만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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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부터 8월 31일까지 미마지 아트센터 눈빛극장

뉴스테이지

연극 ‘멍키열전’은 오는 10월 러시아 국립 박흐탄코프 아카데미극장 부설 슈우킨 연극대학 창설 100주년 기념 공연작으로 선정됐다. 작품은 러시아 초청공연을 앞두고 8월 23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 나오는 원숭이 ‘피터’를 비롯해 중국 4대 고전소설인 ‘서유기’의 ‘손오공’, 인도 서사시 ‘라야나마’의 ‘하누만’ 등 여섯 마리의 원숭이가 등장한다. 여기에 서커스 단원 출신의 소녀 ‘빼아트리체’까지 합세한다. 이들은 ‘피터’를 중심으로 유랑극단 ‘Monkey Players’를 결성한다. 작품은 유랑극단을 통해 곡예, 서커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연극 ‘멍키열전’은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킨 연극교육자 겸 연출가인 나상만 연출이 맡는다. 그는 “연극은 재미있어야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그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여섯 마리의 원숭이…인간 풍자하다

작품은 ‘손오공’, ‘하누만’, ‘이스마엘’, ‘버질’, ‘이수르’, ‘피터’ 등 여섯 마리의 원숭이들이 나와 인간을 풍장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로 되어 있다. 각기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원숭이를 한자리를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나상만 연출은 이를 위해 ‘해체’를 선택했다.

“연극 ‘멍키열전’에는 인도의 서사시 ‘라야나마’에 등장하는 ‘하누만’과 ‘서유기’ 속 ‘손오공’이 등장한다. 사실 ‘하누만’이 동남아를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서유기’ 속 ‘손오공’으로 바뀐 것이다. 작품에는 2000년 전부터 현대문학에 나오는 원숭이들이 겹친다. 공연을 올리기 전에 작품을 일일이 다 해체하고 환상적 리얼리즘을 만들어냈다.”

환상적 리얼리즘은 사건 및 인물의 리얼리즘적 묘사와 환상문학의 요소(꿈, 신화, 동화)를 결합한 것을 말한다. 한국 소설사에서 환상적 리얼리즘의 작품으로는 조세희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있다. 나상만 연출은 “환상적인 것은 시대가 변해도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이것은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작품은 원숭이들이 하나의 극단을 만드는 과정을 환상적인 이야기로 그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에는 다양한 소설 속 원숭이가 등장한다. 원작들을 모두 읽지 않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한차례 대대적인 해체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작품은 원작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나상만 연출 역시 “원작과 작품을 결부할 필요는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연극 ‘멍키열전’은 원작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재미있게 작품을 관람하면 된다. 나상만 연출은 인터뷰 내내 “연극은 재미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신념은 고스란히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는 “시각적으로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사용했다. 코믹한 대사도 많다. 하지만 마지막에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강하다. 관객들은 극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연극이 재미있다’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번 작품의 주요한 특징은 바로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의 도입이다. ‘스타니슬랍스키’는 러시아 연출가이자 배우인 ‘스타니슬랍스키’의 이름을 딴 체계화된 연기 훈련법이다.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연기 방법이 전수됐다. 이 시스템은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끄집어내는 연기방법론이다.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은 연극 ‘멍키열전’이 다른 공연과 차별화를 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훈련되지 않은 연기와 차원이 다르다. 배우들은 최소 3년, 많게는 6년 이상 연기 훈련을 받았다. 그들의 연기를 보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연극은 대사 위주가 많다. 연극 ‘멍키열전’은 몸을 움직이는 연기가 주를 이룬다. 출연진은 운동가 이상으로 몸을 많이 쓴다. 그들의 연기는 신체가 돋보인다. 작품 속에서 아크로바틱과 서커스 등 고난이도 동작을 거뜬히 소화한다.”

연극 ‘멍키열전’은 여섯 마리의 원숭이와 한 명의 사람으로 이야기를 꾸려간다. 여기에 대사 못지 않게 중요한 몸의 움직임을 강조한 연기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연출하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작품을 구성하는 데 있어 시대를 달리한 원숭이들을 한 자리에 묶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답했다. 그의 대답에는 녹록지 않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배우들은 연기로 ‘원숭이’를 표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100% 원숭이로 할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의인화를 해야 하는지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너무 원숭이로 가면 아동극 느낌이 나고, 인간으로 표현하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 접점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의인화 강도를 10등분으로 나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가 사람으로 무대에 서는 경우는 1개 또는 2개다. 원초적 원숭이는 4개, 의인화된 원숭이도 4개로 나뉜다. 극이 진행되는 순간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강도를 바꾸며 연기한다.”

마지막으로 연극 ‘멍키열전’이 관객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연극’이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제 생각은 다르다. ‘연극’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연극’ 안에는 TV나 영화가 전해 줄 수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연극만의 독자성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상만 연출은 “연극을 처음 본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보고 ‘연극이 재미있다’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극 ‘멍키열전’을 통해 이 바람이 공연계 전반으로 확장되기를 바랐다.

“연극은 항상 힘들었다. 늘 그래 왔다. 바람은 관객들이 조금 더 철저한 조사를 거쳐 공연을 선택했으면 하는 것이다. 어떤 작품이 이 시대의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그런 것을 생각하고 고민한 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제5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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