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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연합시론> 軍 경계·기강 총체적인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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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우리 군이 총체적인 위기를 노출하고 있다. 노크 귀순 사건과 무인기 사건에서 경계실패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으나, 아직도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우리 최전방초소(GP)의 시설물까지 뜯어갈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 됐다. 이 사건도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때 제기하지 않았으면 알려지지 않고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한 의원의 질문에 한민구 국방장관은 "최근에 북한군이 특수 부대 훈련이나 담력 훈련이 있던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도 공세적인 작전을 해야 한다고 보고 조치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군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2시께 북한군 3명이 DMZ 내에 있는 GP(소초)에서 600m 떨어진 추진철책으로 접근해 우리 측이 설치한 '귀순 유도벨'을 뜯어갔다. 군은 이 사건이 "경계실패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군이 벌건 대낮에 `담력훈련'으로 우리 군의 시설물까지 뜯어간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것은 북한군이 우리 군을 조롱한 행위이며, 우리 군으로서는 명백한 경계실패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군의 기강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달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소초장이 현장을 이탈해 도망갔던 사실도 밝혀졌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 중앙수사단은 소초장 A모 중위가 상황 발생을 전후해 군단장의 군단 경계작전명령을 위반하고, 총기 및 탄약고 열쇠관리 미흡 등 전투준비에 소홀했으며, 사건 발생 직후 인접 소초에 지원을 요청한다는 이유로 사건 현장을 이탈해 지휘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들어 8군단 검찰에 어제 (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 중위에게는 군 형법상의 특수군무이탈, 전투준비태만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A 중위의 전임 소초장도 해당 GOP의 감시장비 분실과 소초 시설물 훼손 등을 이유로 보직해임됐다고 한다. 적과 일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소대장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유사시 북한군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을 지휘하고 소대원들의 생명을 책임져야할 소대장이 혼자 도주했다는 것은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혼자 탈출한 행위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대한민국의 장교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다. 도대체 우리 군의 초급장교 임용제도가 어떻길래 이 모양인가.

지금 북한은 시도때도 없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9일 새벽에도 스커드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올해 들어 13번째다. 이럴 때일수록 군은 긴장감을 갖고 경계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군은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 군을 이제는 국민이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관진 안보실장은 노크 귀순 사건이나 사이버사령부의 위법행위, 무인기 침투 사건 등이 발생했을때 국방장관이었다. 김실장은 현재 군이 보여주는 실상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아울러 군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잊고 경계와 훈련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또 인사와 조직관리에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라. 군(軍) 수사기관은 최근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관련 댓글 관여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연제욱(소장)·옥도경(준장) 전 사이버사령관을 정치관여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군이 이런 식으로 정치에 관여하면서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 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군은 변해야 한다. 그런데도 반복되는 경계실패와 기강 해이 사건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대한민국 군대는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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