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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이준석 “당이 현실론으로 뭉개려 하면 김종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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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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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새바위’ 위원장 인터뷰

“첫째 목표는 당권 주자들에 혁신안 재가 받는 것”

차기 지도부 ‘도덕성 문제’에는 “길이 없다” 눈감아


지난 7월2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만난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이준석 위원장은 바빴다. 1시간 남짓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지난 6월29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혁신위원장이 된 뒤부터 언론에는 그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이 위원장에 대한 여론은 극명히 갈렸다. ‘혁신의 아이콘’ 또는 ‘정치쇼의 달인’.

차기 지도부에는 눈감고

그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논문을 표절한 문대성 의원의 복당은) 피눈물 나는 일”이라거나 “(6·4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해도 되는데 그걸 대통령 덕분이라고 교묘하게 치환해버린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새누리당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기준을 국회의원들에게도 적용하는 ‘상설 인사검증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에 요구했다.

한편으로 그는 비리로 얼룩진 차기 지도부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당권 주자들에게도 강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비판은 예상되지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 그의 변명이다. 각종 인사 참사를 일으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정 인사가 길목을 틀어쥐고 있다”며 감쌌다. 29살 그의 앞에 놓인 길이 유난히 험난해 보인다.

- 2012년 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권에 들어왔다. 그 뒤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나.

= 2012년 대선 때까지는 당에서 맡은 역할을 했고, 12월20일 훅 던지고 (나왔다). 조용히 회사로 돌아갔고 봉사단체 활동을 하고 있었다.

- 최근 2012년 비대위 활동 때 만든 개혁안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어떤 점에서 실패한 건가.

= 이번에 혁신위원회를 하면서 또 다른 정치 참여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애프터서비스’로 들어온 느낌이 강하다. 들어오면서 강하게 당에 되물은 것은 당시 세웠던 공약들이 왜 후퇴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거였다). 밖에 있으면서 (알게 된 것은) ‘어쩌면 국민이 가장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혁신안을 던지는 것보다 자기반성에 관한 것도 분명 포함돼 있을 텐데’(하는 부분이었다). 그걸 안 하는 것 같다. 그걸 지적하자는 의미에서 혁신위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논문을 표절한) 문대성 의원 복당 같은 경우 탈당시킬 때는 논리가 대단했다. 구호도 거창했다. “과반을 잃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 이렇게 했는데 지금은 “과반이 깨질지 모르니 문대성을 불러들이자”로 구호가 바뀌었다. 과반을 잃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새누리당과 과반이 두려워서 역풍을 맞으면서까지 개혁을 되돌리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처음 새누리당을 만들 때 의결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피눈물 나는 일이다.

- 혁신위에서 인사청문회 기준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하겠다고 했고, 이를 위해 새누리당 전당대회 출마자들에게 상설 인사검증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12년 비대위에서 정한 인사 검증 방향도 ‘선거법 위반 등의 비리 전력이 있을 경우 범죄 시기과 무관하게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전당대회에 나온 서청원·김무성·홍문종 의원 등 비리 전력이 있는 사람들부터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혁신위가 현실의 문제를 짚을 것인가, 시스템 담론을 짚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 처음 출범할 때 위원들 간 합의는 결국 대안 제시 쪽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 당권 주자들에게도 강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한다는 건가.

= 아니다. 그렇게까진 안 할 것 같다. 당권 주자들에게 (20대 총선에서 공천할 때) 이 기준을 받아들여달라(는 것이다). 20대 총선 때 이걸 받을 것이냐를 질의서 답변으로 확실히 받을 거다. 만일 당권 주자가 (이것을 받아서) 비리 전력자를 배제하겠다고 한다면, 전당대회 일부 (비리 전력이 있는) 후보의 경우 (20대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을 할 수도 있다. 그 정도까지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구속력의 한계인 것 같다.

당연한 비판, 그러나 다른 길 없어

- 당대표가 비리 전력자인데 추후 공천의 도덕성 기준을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나올 수 있을 듯하다.

= 당연히 그 의문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건 진짜 안타까운 비판이지만 받아들인다. 혁신위가 7월 들어 활동을 시작했다는 건 이미 7·30 재보선 공천이나 7·14 전당대회를 관리할 어떤 합의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현실 문제, 아까 말했던 ‘비리 전력자가 (지도부에) 있는 게 말이 되느냐’ 하는 생각 때문에 어떻게든 그걸 전당대회 주자들에게 강요하려는 노력을 우리가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 중간 단계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사람들에게 다음번 공천부터 (도덕성 기준 적용을) 하겠다는 것을, 기준을 정립하도록 요구하겠다는 거다. 그 비판은 당연히 나올 거라고 예상하는데, 거기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 같다.

- 혁신위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고 당권 주자들에게 공개적 질의를 보낼 수 있다. 요즘 여론이 인사에 민감하니까, 여론 압박을 믿는 수밖에 없다. 나도 지금 2012년 비대위 때와 (권한이) 다르다는 걸 느끼는 시점이다. 이 부분이 나의 정치적 능력일 것이다.

-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라고 불리던 한나라당 소장파가 개혁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이런 활동이 당의 민낯을 가리는 ‘화장’으로 작용하고 실제로는 기득권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있다. 혁신위도 마찬가지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지 않나.

= 우선 남원정에 대한 평가는 남원정이 (현재까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성과라고 본다. 이번에도 보면 결국 새누리당이 시인할 수밖에 없는 사안은 그 사람들이 해왔던 방향이 수도권에서 먹히는 것이고 그 사람들이 공직 후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이건 아주 미세하게나마 그들의 주장이 무게를 받고 있다는 거다. 남원정을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최소한 그 수준으로 가고자 한다. 그런데 그것조차 어렵다.

비공개지만 대통령이 의견 접은 적도 많아

- 현재 새누리당에 닥친 가장 큰 위기를 뭐라고 진단하는가.

= 새누리당의 가장 뼈아픈 부분은 6·4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선거 결과를 (패배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본다. 선거 과정을 놓고 봤을 때도 (새누리당이) 정부심판론적으로 갈 수 있었다. 새누리당이 선거 과정에서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처음에는) 정부와 거리를 두다가 갑자기 읍소 마케팅으로 가면서 이게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덕분인지 때문인지’ 헷갈리게 만들어놨다.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해도 되는 사안인데도 그걸 대통령 덕분이라고 교묘하게 치환해버린 것이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 박근혜 대통령과 비대위 때 토론했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원탁에 앉아서 도레미파솔라시도 등 여러 의견이 나온 상황에서 굉장히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했다. 비공개였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접은 의견도 많았고 받아들인 새로운 의견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그때와 통치 스타일이나 관리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한다면, 애초에 인풋 자체가 다양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도 회의를 할 텐데 거기서 계속 ‘도’만 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노래하라고 하면 ‘도’밖에 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특정 인사가 길목을 틀어쥐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 그런 구조를 만든 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아닌가.

= 당연하다. 당신께서 어쨌든 세월호 참사부터 해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맞다. 본인이 인사관리를 잘못해서 그런 문고리를 만들었다면 본인이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이다. 대신 무책임하게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는…. 과거의 의사결정 구조를 생각해보면 당시에도 김종인 전 보건사회부 장관 같은 분들이 불만을 터뜨린 경우가 있었다. 뭔가 개선해서 논의된 사항이 비선에서 엎어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개선 논의 자체가 되고 있는지가…. 언론에 비친 것으로만 봤을 때 좀 안타까운 것 같다.

- 혁신위의 활동 시한은 언제까지인가.

= 없다. 7월14일까지 당권 주자들에게 혁신안에 대한 재가를 받아내는 것이 첫째 활동 목표다. 만약 당권 주자들이 혁신위를 무시한다면 미련 없이 던질 거다. 7월30일 재보선 이후에는 아무래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전까지 새로 당권을 잡은 주자들과 최고위 회의에서 (상설 인사검증위원회) 기구 설치 등을 논의할 거다. (당 최고위가) 미리 자신들이 합의했던 사안에 대해 번복하려 하거나 현실론으로 뭉개려 하면 그걸 비판하면서 역시 떠날 수밖에 없다. 내가 김종인 전 장관에게 배운 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웃음)

김종인처럼 비판하면서 떠날 수밖에

- 앞으로 정치적 계획은 뭔가.

= 현실정치 참여라는 게 그렇게 와닿거나 당기진 않는다. 남원정의 길이라는 것도 정병국 의원이 과거 방송에서 언급한 적 있는데 상당히 자기성찰적으로 얘기했다. “진짜 새누리당에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오히려 덜 개혁적이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이었다. 내가 최대한 새누리당을 지적할 수 있는 위치에서 지적하겠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서지원 인턴기자 iddg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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