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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선거 끝났나'…충북도 세월호분향소 슬그머니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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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는 애도 분위기 적극 활용하더니"…비판 여론

연합뉴스

축소된 충북도 세월호분향소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김형우 기자 = 충북도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본관 대강당에 마련됐던 합동 분향소를 규모를 대폭 축소해 신관 로비로 옮겼다. 지난 4월 마련한 분향소(왼쪽)와 최근 신관으로 옮겨진 분향소(오른쪽)의 모습. 2014.7.3 ks@yna.co.kr vodcast@yna.co.kr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도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도청 내에 설치한 합동분향소를 슬그머니 축소 이전했다.

여전히 구조되지 않은 실종자가 11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민선 6기가 출범한 직후 사전 공지조차 없이 이뤄진 조치여서 '선거 마케팅' 효력을 다하니까 용도폐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3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청 본관 대강당에 마련됐던 합동 분향소는 전날 밤늦게 신관 로비로 옮겨졌다.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대강당은 330㎡ 규모였으나 민원인들이 오가는 신관 로비로 옮겨진 분향소는 33㎡ 남짓한 수준이다. 10분의 1 크기로 줄어든 셈이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분향소 축소 이전에 대한 충북도의 해명은 군색하기만 하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조문객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 운영비가 턱없이 많이 들고, 대강당을 이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8일 이후 지난 2일까지 66일간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2만7천100명이다.

분향소 설치 후 닷새간 1만1천여명이 찾기도 했으나 지난달부터 하루 30∼40명, 이달 들어서는 10명 안팎으로 조문객이 급감, 분향소 축소 이전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충북도의 설명이다.

조문용 국화를 한번 교체하는 데 600만원이 소요되는 등 분향소 설치 후 지금까지 4천만원의 운영비가 지출된 것도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충북도의 현실적인 고민은 이해할 수 있지만 운영비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이뤄진 합동분향소 축소 이전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1일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1천400여명을 초청, 거창하게 지사 취임식을 한 충북도가 분향소 운영비는 부담스럽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충북도는 지사 취임식 때 예술의 전당 대관료는 지불하지 않았지만, 걸개그림과 초청장을 발송하는 데 600여만원을 썼다.

합동분향소 축소 이전 소식을 접한 변모(49)씨는 "지방선거 때는 이 지사 측에서 '합동분향소 조문한 뒤 지사를 만나고 가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발송하지 않았느냐"며 "선거 때는 애도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다 취임과 함께 서둘러 용도 폐기한 것처럼 보여 씁쓸하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청원경찰이 안내하는 만큼 분향소를 이전했어도 조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분향소 이전 사실을 곧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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