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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재력가 청부살인 관련 시의원이 '용도변경 약속했다'고 건축사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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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살인청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회 의원이 피해자에게 토지 용도변경을 약속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피해자 송모(67)씨와 수년간 함께 일해온 건축사 A씨가 "김 의원이 토지 용도변경을 처리해주기로 해 6·4지방선거 전에는 성사될 거라는 이야기를 송씨에게서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송씨의 요구에 따라 수년 전부터 송씨 소유 건물을 증축하기 위한 설계도면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 소유의 이 건물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해 증축과 개발이 제한적이다. 이 지역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하면 용적률이 250%에서 최대 800%까지 오르고 증축할 수 있는 높이도 4층에서 20층까지로 범위가 확대돼 그만큼 경제적 가치가 높아진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시 토지이용정보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9월 실제 이 지역이 용도변경 입안지구에 상정됐다가 3개월 뒤 입안 중이라는 글자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시점에 용도변경이 무산됐고 이후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압박을 받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송씨가 살해되기 전까지 이 건물의 용도변경에 가장 관심을 뒀고 가족에게 "내가 손을 써서 잘 처리했다. 곧 용도변경이 될 거다"라고 얘기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송씨 사무실 금고에서는 5만원권 1억원어치가 발견됐으며 이는 지난 3월 1일 송씨가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금까지 나온 진술을 맞춰볼 때 송씨가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김 의원에게 돈을 더 건네려고 이 돈을 준비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유치장에 수감된 김 의원은 전날부터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김 의원은 범행 관련성을 부인하되 공범 팽모(44·구속)씨와의 통화내역이나 대포폰 사용 사실 등은 인정한 바 있다.

경찰은 "김 의원이 진술을 더 하는 것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살해한 팽씨가 국내로 압송됐을 때 아무도 선임한 적 없는 변호사가 팽씨를 접견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이모 변호사는 "팽씨의 형이 선임했다"면서 팽씨를 만나 "살인교사가 아니라 상해치사일 수 있다"는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확인결과 이 변호사는 팽씨 가족이 선임한 사람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김 의원과 수차례 통화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 의원이 팽씨가 한국에 압송됐는지, 경찰에서 어떻게 진술하려고 하는지를 사전에 파악하고자 측근을 통해 변호사를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증거인멸 시도로 보고 이 변호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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