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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청문회통과 확신 안서고..후보는 고사하고..국가개조는 해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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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고심끝에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키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우선 안대희·문창극 카드 실패 이후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 등이 결합된 '고육책'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세월호 참사 수습을 완료하고 국가 개조작업에 속도를 내야할 시점에 또 다시 '장기전 레이스'가 예상되는 후임 총리 인선을 놓고 힘겨운 신경전을 펼치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데다 얼마가 걸릴 지 모르는 후임 총리 인선 검증과정 역시 결과에 대한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여론과 야당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정 총리 유임카드를 선택한 것은 국정공백 최소화 및 조속한 국정안정화, 국정과제 추진 연속성 유지, 인사청문회 개선 필요성 부각 등 다양한 포석을 위한 '벼랑끝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막판 일부 후보 고사…원점 회귀

사실 그동안 정 총리의 행보에는 '영'(令)이 서질 않았다. 후임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인준될 때까지 직무를 대행하는 '무늬만 총리'였다.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만큼 일각에선 '식물총리'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곤 했다. 안대희·문창극 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중도 하차한 것이 새 후보 찾기에 어려움을 겪은 '결정적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수석은 '지난 24일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이후 이날 유임 결정까지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됐었는 지'를 묻는 질문에 "여러사항을 놓고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해 후임 인선을 위한 검증작업이 진행됐음을 내비쳤다.

그는 "고심을 거듭했고, 현실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르기 전까지의 여러가지 문제제기에 대한 부분이나 당사자가 반론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것, 각종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한 당사자의 심적 괴로움 등 때문에 많은 분을 놓고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좋으신 분은 많지만 고사하는 분도 있고…"라며 새인물 찾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결국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하자 박 대통령이 직접 정 총리에게 유임을 권했고 정 총리가 처음에는 고사하다가 막판에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유임카드를 선택하는 대신 부실논란을 빚은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대폭 보완하는 '부록'을 같이 내놨다. 새로운 후임자를 발탁하더라도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검증잣대'의 충족을 장담하기 어렵고, 청문회 통과 및 본회의 인준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지 모르는 상황도 청문회가 필요없는 유임을 결정하게 된 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세월호 참사 문책으로 사의를 표명했던 만큼 과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국가대개조작업을 총괄하고 내각을 통할할 적임자인가라는데 부정적 의견도 있다.

■다목적 포석 깔린 고육책

이미 국회에 정 총리가 문 후보자와 협의속에 제청권을 행사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가 제출돼 청문회 일정이 점차 결정되는 상황도 유임의 한 배경으로 보인다. 정 총리의 제청권 행사를 유지시켰다는 것이다.

새 후보 지명시 국가개조작업과 경제재도약 로드맵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진두지휘할 새 후보자가 자신이 제청권을 행사하지 못한 후보자들과 내각을 끌어가야 한다는 '정치적 모순' 상황도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 총리 유임이 마치 '강판시킨 선발투수를 다시 구원으로 재기용하는' 다소 볼썽 사나운 모습이긴 하지만 이미 진행중인 각종 국정과제들에 대한 업무의 연속성 유지와 이를 통해 집권 2년차에 본격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시점에 그리 나쁘지 않는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함으로써 조속히 국정운영 정상화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국정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정 총리 유임 결정을 긍적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특히 실무능력, 청렴성, 도덕성, 개혁성 등 직무 적합여부 판단에 신경을 써야할 인사청문회가 당사자는 물론 가족·친지·지인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개인 신상 털기'로 일부 변질되면서 현 인사청문회제도에 대한 개선 여론이 조성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당 수뇌부가 전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 박 대통령과 전격 회동한 이후 곧바로 "야당과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협의하겠다"고 운을 뗀 것도 청문회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당청이 공유한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새 후보 지명 후 자칫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 등장으로 청문회 통과는 커녕 중도 낙마하는 경우가 재발되면 이른바 '지명 삼진아웃'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에 엄중한 위기감이 조성되고 국정공백까지 장기화되면서 핵심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

■6년만에 靑 인사수석 부활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보완책도 함께 내놨다. 노무현 정부때 존재했다가 이명박 정부때 없앴던 인사수석실이 부활되고 산하에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두고 공직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 인재발굴 및 평가 등을 상설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본적인 인재 발굴 등 인사 검증은 인사비서관이 맡고, 추천된 인사의 정밀 검증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관리함으로써 적절한 견제와 균형시스템을 유지, 평가자료를 상시 축적·관리해서 인사수요가 있을 때마다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김기춘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는 기존대로 운영하고 새로 임명되는 인사수석이 간사 역할을 맡는다.

인사수석실의 신설은 지난해 초 현 정부 조각 당시 장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한데다 올해도 2명의 총리 후보자가 연쇄 낙마하는 등 인사실패가 거듭되고 있는 게 직접적인 이유다. 인사관련 전문기구를 견제와 균형시스템을 운영, 자질과 도덕성을 갖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후보자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제도화함으로써 인사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상황은 막겠다는 판단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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