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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기자수첩]'세월호 국회'에 '세월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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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달 국회는 팽목항이나 다름없었다. 여야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대변한다고 자처했다. 4년 만에 돌아온 지방선거도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고,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성사되는 것을 보기 위해 국회로 달려왔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차디찬 국회 바닥이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들을 2박3일간 국회 의원회관 바닥에 노숙하게 하면서 국정조사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그렇게 여야는 의원회관을 진도체육관으로 만들었다.

그러고서도 여야는 지방선거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조사계획서 의결을 위한 본회의를 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세월호 국정조사는 지난 2일부터 시작됐다. 정확히 말하면 '피 같은' 국정조사 기간이 하루하루 사라져갔다. 국정조사 기간 총 90일 중 24일(약 26.6%)이 지나도록 여야는 국정조사 기관보고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공방만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7·30 재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빨리 기관보고를 하자'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월드컵 기간에 무슨 기관보고냐'고 맞섰다. 월드컵과 재보선이 우리 사회의 전부일 순 없다. 이런 이벤트들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우리는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외쳐야 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당연한 책무다.

오죽하면 유가족들이 또다시 국회로 달려가 이달 말 기관보고를 실시하라는 중재안을 내놓는 장면이 연출됐을까.

여야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완료하고, 그들 스스로 '세월호 국회'로 명명한 6월 임시국회를 본격 가동시켰다. 하지만 정작 세월호 국정조사만큼은 여야 모두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치인들에게 재보선이나 전당대회만큼 머릿속에서 절대 잊지 못할 사건은 없어요. 세월호 참사는 이미 잊혀진 것 같아요". 한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세월호 국정조사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기는 커녕, 그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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