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문창극 사퇴로 민낯 드러낸 여권 컨트롤타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문가 진단

"당·청 간 인사조율시스템 전혀 작동 안 돼… 국정혼선 초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24일 낙마로 위기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여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청문회도 열기 전에 낙마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며 국정 혼선이 59일째를 맞았으나 대통령은 물론 여권의 그 누구도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지 못했다.

세계일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가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날 오전 사퇴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문 기자


7·14 전당대회에 나선 당권주자들도 표심을 의식해 서로 다른 입장을 쏟아내며 혼선을 부추겼다. 서청원 의원은 지난 17일 문 후보자 자진사퇴를 앞장서 촉구했고 김무성 의원은 “문 후보자의 해명이 먼저 필요하다”, 김태호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해야 한다”고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전문가들은 집권 세력에 걸맞은 조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주요 인사들을 거세게 힐난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에서 여당 지도부가 정확히 민심을 받아들이고 체크하지 않으면서 국민 분노가 더 올라갔다”고 비판했다. 당의 한 재선의원은 기자와 만나 “문 후보자 논란이 불거진 뒤 비토론이 강했지만 당 지도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고 참아달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최소한 이 정도 사안이 불거지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청와대 참모진과 여당 지도부는 수시로 대책을 숙의하며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성대 이창원 교수는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확고한 입장을 갖고 당론을 정하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당론이 없다’는 식으로 양단 간에 결정해야 했는데 마지막까지 당의 입장이 없었다”며 “여당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청와대 반사경’처럼 움직였지 집권당으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은 “여권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귀국해 결정하겠다고 했으면 바로 조치를 했어야 했다. 오락가락하게 만든 것은 결국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대통령의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여당의 보완 역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최근 상황의 전적 책임은 대통령”이라고 못박았다. 연세대 양승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보면 당·청 간의 인사 조율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자진사퇴 추진 과정에서)일종의 연막전술을 쓴 것 같은데, 이런 것은 국론분열만 더 심화시키고 안 좋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왜 나라를 이런 식으로 끌고 가나. 빨리 결단을 내려야 새 후보를 검증도 하고 했을 텐데…”라며 “무엇인가 여권 내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이천종·김채연·박영준 기자 sky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