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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靑 인사검증 부실 논란 '비등'…김기춘 거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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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총리후보자 2명 청문회도 못가고 연이어 낙마는 처음

朴대통령, 金실장 역할 인정 분위기 속 '결단' 할 수도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역사인식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후보 지명 14일만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하면서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 논란이 또 한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박 대통령이 지명한 2명의 총리 후보가 자질논란으로 연이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김 비서실장을 향한 사퇴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2명의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낙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과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이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낙마했지만 그래도 인사청문회 절차까지는 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주는 충격은 남다르다.

박 대통령이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던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포함하면 박근혜정부에서만 3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셈이 된다.

물론 김 전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전에 중도하차한 경우여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문제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후 두 번의 낙마 사례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김 비서실장과 청와대가 짊어져야 할 상황이다.

현재 청와대의 고위공직자는 인사위원회와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각각 인사 추천과 검증을 맡는 이원화된 구조로 이뤄져 있다. 김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추천을 받아 대상 후보군을 5~6배수로 압축하면 민정수석실에서 이른바 양적검증과 질적검증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양적검증은 검·경, 국세청, 국정원 등의 기관을 통해 세금납부와 병역, 범죄기록 등 신상자료를 수집해 들여다 보는 것이며 질적검증은 해당 인사의 이념과 평판 등을 살피는 것이다. 그 결과는 다시 인사위원회에서 검토해 최종 3배수로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안 전 후보자의 경우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5개월간 16억여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청와대가 이를 알지 못했다면 검증이 허술했다는 증거이며 이를 알고도 지명을 강행했다면 국민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을만 하다.

문 후보자는 역사인식 논란, 즉 이념과 성향의 문제가 낙마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재산이나 병역 등이 문제가 된 기존 케이스와 다른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해당 인사에 대한 주변 소문까지 살피는 청와대가 막상 과거사 문제에 민감한 국민 정서는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특히 문 후보자의 경우 그나마 인사위원회의 추천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소수의 인원이 조용히 추천을 하기 때문에 인사위원회의 리뷰가 없었다"고 전했다.

김 비서실장을 비롯한 극소수만이 문 후보자 인사에 관여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전반전 재검검과 인력 확대 및 공개검증 등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사참사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김 비서실장에 대한 교체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비서실장은 안 전 후보자 낙마에도 불구하고 참모진 절반을 물갈이하는 지난 12일 청와대 개편에서도 유임됐다.

하지만 이번 문 후보자 사태를 계기로 야권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여 김 비서실장은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인사추천과 검증의 실무책임자인 김 비서실장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시급하다"며 경질을 촉구했고, 유력 당권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도 "총리가 낙마한 데 대해 그 (검증을) 담당한 분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면서 김 비서실장을 겨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박 대통령이 김 비서실장을 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총리 인선을 원점에서 리셋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김 비서실장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청와대 개편에서 김 비서실장이 유임된 사례에서도 이미 확인됐으며 '후임 총리 부재'로 김 실장의 역할이 계속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김 비서실장이 마음을 비우고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했음에도 아직 교체되지 않은 점에 비춰 볼 때 적어도 내년초까지는 박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7·30 재보선을 앞둔 야권의 공세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등 김 비서실장의 유임으로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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