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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학생들 의자부터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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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인터뷰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당선자

“척추 휘는 증상·거북목 막아야

공교육 폐해 극복 필요성

진보·보수 모두 공유”

“고교 4곳 한곳에 배치한

캠퍼스형 고교

의견 모아 최적장소에 세울것”


“교육감에 취임하면 학생들 의자부터 바꾸겠다.” 최교진(61)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당선자는 거창한 공약보다 엄마·아빠의 마음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루 내내 학생들이 앉아 있는 의자가 원가 1만원대에 불과해 척추가 휘거나 거북목 증상에 시달리는데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 당선자는 참교육의 꿈을 안고 1981년 교사로 첫발을 떼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과 이후 활동으로 해직과 복직을 거듭했다. 현직 교사로 근무한 기간이 8년가량밖에 되지 않는 이유다. 교실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이제 교육감이 되어 펴게 된 그를 지난 20일 세종시 조치원읍 교육감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학생들 안전문제가 사회적인 화두다.

“시교육청 업무보고를 받아 보니 학생 안전에 대한 전담 부서나 전문 인력이 없다. 교육청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학부모·교사들의 협조를 얻어 전반적인 위험요인 조사를 할 생각이다. 정부세종청사 쪽 온빛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4차로 도로를 건너 통학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시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협의해 안전시설과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한 새도시 지역과 기존 읍·면 지역의 교육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교육격차 해소는 단순히 교육시설이 아니라 교육 수준을 새도시 지역과 같은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본다. 모든 학교가 도심지 학교를 닮아갈 필요는 없다. 생태환경이 풍부한 읍·면 지역의 특성을 살린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학교가 될 수 있다. 고교 평준화 시행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든 잘된 교육정책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

-캠퍼스형 고교를 공약했는데?

“고교 4곳 정도를 한곳에 배치하는 종합대학 형태다. 학교와 상관없이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교과를 선택할 수 있어 배움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 학교 터가 부족한 세종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치밀하게 계획·방향을 정한 뒤 최적의 장소에 설립할 예정이다.”

-출범한 지 2년 된 시교육청의 인사 원칙이나 부패·비리 예방책은 무엇인가?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헌신해온 교육자를 인사에서 우선 배려하겠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에 대한 신념이다. 최근까지도 이어진 교육계 비리가 세종교육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방선거 뒤 갑자기 나왔다.

“임명제 교육감들이 학부모나 학생을 주목하기보다는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았던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수많은 교육비리도 있었다. 이미 학부모와 시민들은 선출제 교육감 시대를 경험했다. 또다시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는 교육감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른 시·도의 진보(개혁) 교육감들과 협력 방안, 교육부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공교육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진보·보수 모두 공유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선행학습 금지법, 다양한 교육복지 추진 등은 진보 교육계에서도 공감하는 정책이다. 진보뿐 아니라 전국 모든 교육감들과 협력해 지금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

-교육감 취임 뒤 가장 먼저 시행할 정책은?

“학생들 체형에 맞고 편한 의자를 단계적으로 교실에 들이겠다. 학생들의 학력이 초등학교 시절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학년부터 학습 도우미 교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현재 발령 대기중인 교사들도 학습 도우미 교사로 채용하겠다. 교사·학교 중심의 일방적인 규정·처벌·보상에 의한 강제적인 폭력 예방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치와 공동체 지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평화샘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한다. 교육은 출발부터 공평해야 하는 만큼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지역 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센터를 설치해 학생은 건강하고 농민은 부자가 되는 무상급식도 계획하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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