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박대통령 무책임한 침묵…국정공백 자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뉴스분석

과거 일방통행식 침묵과 달리

집권세력의 무능 드러낸 침묵

총리 논란에 국정공백 장기화

‘표절’ 송광용 등 수석임명 강행



중앙아시아 순방 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를 ‘검토’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 사흘째인 23일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주재하기로 예정된 국무회의 일정도 취소했다. 내일도 침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후보자는 이날도 “제 일을 하며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청와대를 향해 임명동의안 재가를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곤혹스런 현안이 발생할 때면 곧잘 ‘묵묵부답’으로 대처하곤 했다. 이번 침묵은 과거보다 좀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처럼 비판적 목소리에 귀를 닫는 것이 아니라, 해법을 찾지 못해 침묵하고 있는 무능과 무책임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국은 세월호 참사 수습뿐 아니라 일본의 과거사 도발과 전방 총기난사 사건 등 안팎으로 닥친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에 대해 불거진 자격 논란에 대해 어정쩡한 상태로 2주일 동안이나 방치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총리 인선 문제는 마치 동맥경화 현상처럼 정부와 국회의 현안 진행을 틀어막는 장애물이 돼버렸다. 2기 내각으로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요청서마저 국회에 제출되지 못하고 대기하는 황당한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월 새해 기자회견에서 “집권 2년차를 맞아서 정말 할 일이 너무 많다. 1초도 아깝다”고 강조한 게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 김영한 민정수석, 윤두현 홍보수석 등 5명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인사청문회도 있고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있어서, (국회와) 협력을 통해 그것도 하루속히 잘 이뤄져야 국정이 안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대통령 스스로 ‘국정이 하루속히 안정’되지 못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문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장기간 좌고우면하는 이유와 관련해,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거부하며 명예회복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 외에도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이 이탈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보수 성향의 원로·중진 인사 482명이 문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보수·우익 세력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 등을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여권 일부에서는 이날 문 후보자의 조부가 독립유공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가보훈처의 판단을 근거로, 박 대통령이 ‘정면 돌파’ 쪽으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문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의 전반적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박 대통령이 민심을 정확히 꿰뚫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할 경우 더 심각한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이 일찍 결단을 내리지 않는 사이, 이번 문 후보자 파문이 후보자의 자질 논쟁보다 이념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조짐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주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전주에 비해 4.7%포인트 떨어진 44%로,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인 49.3%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부정평가가 많은 것은 일간 조사가 아닌 주간 단위 조사로는 처음이라는 것이 리얼미터의 설명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주간 갤럽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처음 넘어선 바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