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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법적 근거 없는 '점령군', 지자체 인수위 기준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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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출범준비위', '도정준비위', '혁신위' 등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쥔 당선인들은 각자의 특성을 살린 인수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 사이에선 인수위를 '점령군'이라 부를 정도로 그 권한은 막강하다. 하지만 이들 지방정부 인수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는 법률로, 교육감직 인수위는 조례로 존립의 이유를 보장받고 있는 반면, 지자체 인수위는 충청남도 서천군 한 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자체가 법적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경우 행정사무 인수인계와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법 제106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퇴직할 때에는 그 소관 사무의 일체를 후임자에게 인계하여야 한다'가 유일할 뿐, 인수위의 구성과 기능 등에 대한 규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법 없어, 입맛따라 제각각인 지자체 인수위

이에 따라 지자체들마다 인수위의 구성부터 운영까지 모든 것이 당선인의 입맛에 따라 제각각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인수위를 통상 40~60명 정도로 구성해 오던 것과 달리 20명 안팎의 실무중심으로 대폭 슬림화했다. 정찬민 용인시장 당선인 역시 당선인이 직접 업무보고를 받는 등 9명으로 인수위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달리 '대규모' 인수위를 구성한 당선인들도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준비위원만 137명에 달하며, 박경철 익산시장 당선인은 32명의 대규모 인수위를 꾸렸다.

이처럼 인수위의 규모와 운영방식에 대한 기준이 없는 탓에 지나치게 큰 인수위가 구성돼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든가, 지자체 추진 사업과 직접 관계가 있는 지역인사가 인수위에 포함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또 인수위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적법 절차에 의한 예산 지원은 불가능하다.

단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사무실과 집기 정도만 지원이 가능할 뿐 나머지 인수위 운영 비용 일체는 당선인이 사비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공공성을 띈 인수위의 운영비를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에 따라 편법으로 기획이나 총무 쪽의 예산을 가져다 쓰고, 추경에 보완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 자치단체 당선인 캠프 관계자는 "지방자치가 고도화 돼 감에 따라 당선인이 업무를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인수위 운영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지방정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인수위 활동을 공식적인 행정행위로 인정해주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 체계적 운영 위해선, 법 제도화 절실

'교육감직인수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육감직 인수위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조례는 교육감 인수위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원회의 구성원의 경우도 직무상 알게 된 내용을 인수업무 외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못 박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9일 '지방자치단체장직 인수·인계 현황과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현안보고서를 내고, 새로운 단체장 당선인이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단체장직을 승계받기 위해서는 인수인계 활동 지원을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도 지자체 인수위의 기능과 권한에 대한 제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권경득 지방자치학회 회장(선문대 행정학과 교수)은 "인수위의 기능과 권한을 법적 제도화하고, 인수위가 어떤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것인지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것보다는 각 지자체들의 사정과 특성을 고려해 지자체별로 조례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psygo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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