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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은밀하게 아름답게' 비밀기관만 찍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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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진작가 패글렌 런던서 전시

조선일보

오는 19일 영국 런던 글로스터 지하철역에 '영국의 풍경(An English Landscape)'이라는 제목의 사진 작품이 전시된다. 얼핏 영국 중부 요크셔 지방의 시골 풍경 같지만, 자세히 보면 푸른 초원 뒤편으로 골프공처럼 생긴 정체불명의 흰색 구조물이 보인다. 미국과 영국 정부에 군사 정보를 제공하는 영국 공군의 비밀기지다. 이 사진을 촬영한 주인공은 미국 사진작가 트레보 패글렌(Paglen·40·사진)이다.

패글렌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대상은 독특하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인근의 미국 CIA(중앙정보국) 비밀 수용소, 라스베이거스 인근의 미국 드론(무인기) 기지 등 미국·영국 정부가 운영하는 비밀 기지들이다. 패글렌이 비밀 기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이다. 그는 "군사 비밀기지는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정작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그런 감춰진 장소를 드러내는 것이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영국의 정보 관련 시설을 촬영하지만, 그는 기자도 파파라치도 아니다. 예술인에 가깝다. 정부의 은밀한 활동을 파헤치거나 고발하기보다는, 이런 시설을 작품 사진같이 '아름답게' 찍는 데 매달리기 때문이다. 밤하늘에 떠 있는 미국 첩보위성을 별자리처럼 찍기도 한다. 그의 사진은 한 장에 최대 2만달러(약 2000만원)에 판매된다.

[파리=이성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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