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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20) 반기는 이 없어도.. 유세현장 누비는 ‘매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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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
선거법 안내에서 단속까지 공정선거지킴이… 하루 한두 건씩 위법 적발


파이낸셜뉴스

선거법을 숙지하고 있는 공정선거지원단.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전국 평균 투표율 56.8%를 기록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지방선거에는 전국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로 2248명이 출마했고 이 중 243명이 당선됐다. 유권자의 한 표를 놓고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는 후보자 사이에서 '한 점'의 불공평함도 용납되지 않는다. 미묘한 사안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려다 다툼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각 지역의 '공정선거지원단'은 불법선거운동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전에 관련 사안을 안내하고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파이낸셜뉴스는 6·4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지난달 30일 치열한 유세현장에서 공정선거를 위해 활약하는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선거지원단을 밀착취재했다.

파이낸셜뉴스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정선거지원단의 김용석씨(맨 앞쪽)가 서울 신림동 중부시장 유세장을 찾아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면서 공정선거 관리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신아람 기자


■2인 1조 유세현장 출동하다

기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노원역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서울시선관위 소속 공정선거지원단 김용석씨(51)의 이날 임무는 당시 정몽준·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현장을 찾아가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이 없는지 두루 살피는 일이다. 다른 팀원 한 명과 함께 출동한 예정된 유세시간(낮 12시30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 주변을 꼼꼼히 돌아보고 있었다.

유세현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인 데다 이날 사전투표 첫 날이어서 열기가 뜨거웠다. 정 후보가 도착하기 전 지지자들이 밀집했고 시·구의원 후보들도 줄지어 자리에 모였다.

"저 후보 현수막, 같은 동에 두 개 걸린 건 아니겠지." 옆에서 바라본 김씨의 눈은 '매의 눈'처럼 번뜩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사안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다. 후보자 현수막, 홍보물, 차량의 위치, 명함, 마이크, 앰프, 확성기 등 주변의 모든 물건이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유세에 활용하는 모든 물품에는 선관위가 배부한 하늘색 인증스티커가 부착돼 있어야 한다. 그는 한 사람이 홍보물을 두 개 이상 들고 있지는 않은지, 선거사무원이 신분을 알려주는 표찰을 달고 있는지 등 행동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주요 단속 포인트도 있다. 김씨는 교육감 후보가 인지도를 높이려 특정 시장 후보와 일부러 엮이려고 하는지를 유심히 살폈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을 표방하면 안 되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김씨의 활동은 오후 신림동 중부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를 훌쩍 넘겼고 한여름 날씨에 땀이 흘러내렸다. 박원순 시장후보가 시장골목으로 접어들자 주변 시민이 우르르 몰렸다. 무작정 가서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김씨는 유세활동과 시민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김씨는 "이번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이렇게 현장에 뛰어다닌 지는 얼마 안 됐다"며 "하루에 많으면 4~5㎞씩 걸어다닐 때도 있지만 저분들(선거사무원 및 자원봉사자)이 더 힘들지 않겠느냐"며 공을 넘겼다.

"하루 한두 건씩은 위반사례를 적발한다"는 김씨는 이날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홍보물' 등 선거법 저촉 사항 2~3건을 잡아냈다. 그는 선거법에 저촉되는 부분을 카메라 등으로 채증해 선관위에 보고하고 선거사무원에게 이를 알렸다. 또 의심이 드는 사안이 있으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선관위 법제과에 문의하고 선거법령 애플리케이션을 수시로 확인했다.

김씨는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직전에 처음 공정선거지원단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번에 두 번째 활동하면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모두 겪었다. 그는 "전국적으로 유세일정이 이뤄지는 대선의 경우 지역 일정은 거의 한 번에 끝나지만 지방선거는 투표 종류가 7가지인 데다 비례대표를 제외하고도 5명의 후보가 있어 더 고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보를 듣고 출동했다가 헛걸음한 적도 부지기수다. 김씨는 "종로의 한 식당에서 기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제보가 들어와 갔더니 식당 주인이 어버이날이나 추석 같은 날 동네 어르신께 식사를 무료로 대접한 봉사활동이었다"며 "비록 허탕쳤지만 좋은 일하는 사람을 보며 흐뭇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무료로 봉사하는 분도 많다"며 "활동이 미미하더라도 선거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다는 게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뉴스

■알쏭달쏭 복잡한 선거법 안내

"고의가 아니라 '모르고' 선거법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 공정선거지원단원들의 한결 같은 말이다.

선거문화가 부쩍 발전했지만 선거법 조항도 많고 복잡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법을 저촉하는 경우가 잦다는 뜻이다. 물론 허리춤에 가방을 메고 명함을 아파트 현관문 밑에 다량 뿌렸거나 후보자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배지를 다는 등 위법 사례도 있지만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에 공정선거지원단은 적법한 선거과정을 사전에 안내하는 일에 중점을 둔다.

지난달 30일 오전 9시 공정선거지원단이 현장으로 출동하기 전 회의실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 와룡동 서울시선관위 회의실에서 지도과 김기욱 주임(33)이 사전투표소 100m 이내에서 선거운동이 제한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었다.

'그럼 101m는 괜찮으냐'라는 질문에 그는 "정확한 거리를 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누가 봐도 100m 이내라는 게 확실하면 문제가 된다.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싶으면 가서 안내를 해달라"고 답변했다.

이렇듯 선거법은 조항이 많아 습득하기 어렵고 사례가 다양해 적용하기 애매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현수막은 천 재질로 10㎡ 이내여야 하며 한 동에 한 개씩만 부착할 수 있다. 단 현수막의 내용은 바꿀 수 있다. 휴대용 확성기는 차량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사용해야 한다.

예비후보자 때 쓴 선거비용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점도 기본이지만 실제로 간과하는 출마자도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회의실 책상 위에는 '투표질서 유지 및 위법행위 단속대책' 유인물과 정치관계법 사례예시집이 놓여져 있었다.

공정선거지원단 김모씨(58)는 "홍보표지판을 한 손으로 드는 게 원칙인데 어느 선거사무원이 발 위에 걸치고 있어 선거법 위반 여부를 알아봤다"며 "표지판을 방치하지 않고 사람이 지키고 있다면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 공정선거지원단은?

선거관리위원회 소속의 공정선거지원단은 선거법을 사전에 안내하고 예방활동과 위법행위를 단속하는 역할을 하는 '공정선거 현장지킴이'다.

세부적으로 △정치관계법 안내 및 예방활동 보조 △선거정보 수집 및 위법행위 감시·단속활동 지원 △선거·정치자금범죄 관련 행정업무 보조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번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선관위에서만 공정선거지원단 14명이 활약했다. 대부분 유세현장에서 단속활동을 펼쳤고 3명은 선거지원팀에서 선거 비용자료와 사전투표 등 관련 법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서울시선관위 산하 구선관위도 각각 20여명씩 총 500명을 선발해 48개 선거구를 관리했다.

서울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지원단이 꾸려졌다. 공정선거지원단은 순수 일반인으로 구성된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선발하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친다.

자격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로 정당의 당원이 아닌 중립적이고 공정한 사람'이면 지원가능하다. 일시 활동자는 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선발된다. 선거 60일 전부터 선거법 관련 집중교육을 받고 예비후보자가 활동을 시작하면 교육과 단속을 병행한다. 이번 공정선거지원단은 지방선거 하루 전인 지난 6월 3일부로 활동이 끝났다.

다만 상시 활동자도 있다. 상시모집은 일시적 불법 기부 등 선거가 없을 때도 공직선거법상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일을 하며 지역별로 1~2명씩 선발된다.

본래 명칭은 '선거부정감시단'이다. 선관위는 명칭으로 인해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후에 이름을 '공정선거지원단'으로 바꿨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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